살짝 열린 창문사이로 남의 집에  들어간 침입자에 놀라게 되지만   그의 등뒤로 소리없이  창문이 닫치면서  시작된 밀폐된 공간에서 괴로워하게되는 진구의 사연은  사설탐정 진구와 변호사 고진의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그들이 함께한 과거의 사건속으로 우리를 끌고 가게 됩니다. 진구에게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 가족에게  시작될 상속분에서 처형들의 몫을 빼는게 가능하겠냐는  부탁을 하러 막내 사위 이교준이 찾아온 사건속으로 말입니다.

자신의 집안도 아닌 처갓집의 상속분에 욕심을 내는 이 교준이란 인물이 너무 탐욕스런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제까지 장인어른, 즉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관심도 없던 딸들이 막상 아버지의 죽음이 얼마남지 않자 같이 살게되었다거나 막내딸이던  아내 마지막날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던지,  5개월밖에 안된 딸에게 단단한 가족의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버지로써 남편으로써의 마음일수도 있겠다 싶기도하고,  고진을 찾아간 언니들의 입장 또한 비슷하기에  타인과 타인이 만나 가족으로 묶여 살아가고 있는 곳에  생긴 돈, 특히나 그 무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갈등과  의심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커질수밖에 없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진구가, 물론 김이라는 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진구라는 이름이 입에 착 붙게되는 게 고진의 '진 군'이란 느물대는 말투때문인지, 주책이다 싶을때도 있지만 솔직하고 착한 여자친구 해미와 어떻게 어울리게 된걸까 싶게 약간은 어둡고 세상 앞보다는 뒤에 더 익숙해보이는  진구가 주는 딱 떨어지는 느낌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나이와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만은 같은, 진구와 고진과의 주고 받으며 풀어가는 사건 해결이 강렬하지는 않지만 의외로 쫓아가게 만드는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이 집에서는 그게 가능한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었지."-384

이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사건의 전개가 펼쳐질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언뜻 든다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하나의  사건뒤에  드러나지 않았던 가족들의 다른 모습이 사건의 단서로 나오며    보이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장면마다 들어있었다는 게  "왜" 그런 일들을 하는지 "지금" 이 일이 무얼 의미하는지  같이 보면서도 알려주지 않았던 고진과 진구의 사건 풀이로  마지막에서야 드러나기에  진실과 정의를 사랑하는 전통적 탐정이 주는 느낌을 받게도 되고, 뒷골목 해결사처럼  의뢰자들이 내민 이기적이다 싶은 조건에 딱 맞춰주지만  결국 법의 테두리안에서였다는  모습을 보여줄때는  '나만의 길 '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직업 정신에   웃음을 짓게  됩니다. 

이 사건은 '자신이 바라는 걸 위해 인간은 어디까지 무자비해질 수 있을까.' 로  끝을 맺지만  진구에게 닥친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임을 알려주는 "알게되면 정말로 여기서 죽어야 한다."는 진구의 '헉'한 마음의 소리가 그 다음 이야기에 관심을 두지 않을수 없게 합니다. 도덕률이 결여됐다면서 지킬건 다 지키는  백수탐정과 귀찮다면서 다 건드려보는  고진변호사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난  그들의 위기가 될지, 화해가 될지 기대해보게 됩니다.   

가족의탄생, 시공사, 도진기, 백수탐정진구, 유다의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