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정치가 키케로에 의해 “역사의 아버지”라 불렸던 헤로도토스를 로엡(Loeb classical library) 하버드 판이나 옥스퍼드 고전시리즈 (Oxford Classics) 가 아닌 한글 번역판으로 읽게 된다는 것은 우려 반 기대 반이었다. 그리스어를 배우긴 했지만 헤로도토스를 원문으로 읽기에는 벅차 다소 오래된 하버드 판에 의존했던 본 서평자에게는 다양한 자료를 참조해 번역한 이 책은 신선한 느낌을 준건 사실이다. 

 

      헤로도토스를 오늘날 더욱 읽고 싶게 만드는 이유라면 현대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올림픽의 종목가운데 하나인 마라톤의 기원이 헤로도토스의 책 6권에 나오는 마라톤전투라는 점과 또 하나는 2007년도 헐리우드 영화 300 (7권에서 소개되는 테르모퓔라이 전투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해서 흥미롭게 만든 영화)으로 인해 그 당시 그리스 장갑보병(게임 로마토탈워도 한 몫을 했음)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가 고조 된 것도 있다.     

 

      원전 번역이라는 광고에 걸맞은 걸작이 탄생한 것인지 기대를 안고 읽는 가운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던가? 몇 가지 실망스러운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로, 다른 지명이나 인물을 번역함에 있어서 다른 영어 번역본들이 현대적 지명을 따라서 독자들이 알기 쉽게 한 점에 반해 이 번역본은 그리스어 발음에 충실하다 보니 그리스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집트는 여기에서 그리스어 발음에 따라 아이귑토스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집트로 번역되었다면 더 독자가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 차라리 편집하거나 출판에 어려움이 더 있더라도 그리스어를 본문에 첨가했더라면 그리스어를 아는 독자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조금 더 섬세한 번역에 신경 쓴 흔적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주석(commentary)의 부족이다. 간간히 주석을 첨가한 점이 눈에 띄긴 하지만 과연 이를 주석이라고 불릴 수나 있는 것인지… 번역자의 그리스어 번역 실력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헤로도토스가 역사서이고 고대 근동 및 그리스 역사가 방대함을 감안하면 풍부한 주석이 첨가된 헤로도토스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까지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무리인 것인가? 예를 들어, 헤로도토스를 읽는 일반 독자들 가운데 이집트 왕 페로스가 헤로도토스에 의해 허구로 꾸며낸 것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참고로 덧붙이자면 II권 이집트 편에 나오는 왕들 가운데 2명이 허구인데 페로스와 프로테우스이다-출처: Brill's companion to Herodotus 422 pp). 적어도 독자에게 이런 점들은 주석으로 보충해주었더라면 더 나은 번역본이 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옥스퍼드 클래식 시리즈에서 출간한 ‘헤로도토스의 역사(the histories by Herodotus)’는 각 장 별로 풍부한 주석을 싣고 625 페이지에 페로스와 프로테우스에 관한 주석을 달아놓았다. 이 두 번역본의 결정적인 차이는 이러한 주석과 해설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책 뒤에 그리스 지도를 첨가해서 이해를 도운 점은 다른 헤로도토스 한국어 번역판과 비교해서 반가운 일이나 페르시아와 이집트의 지도가 빠진 점은 다소 아쉽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번역본에서 주석의 부족은 이 책을 2%부족하게 만들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들게 한다. 페르시아, 그리스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본 서평자는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내용과 주석의 옥스퍼드 클래식 시리즈의 헤로도토스‘the Histories by Herodotus’를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굳이 한국어 번역본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현재까지 나온 책들 가운데 천병희 역자의 헤로도토스 번역본이 단연 돋보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