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드의 영역

 

한적한 강변 부지에서 여자의 팔 하나가 발견됐다. 예리한 조각도로 그은 듯 정교하게 잘린 한쪽 팔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얼마 후 공원에서 같은 여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 하나가 발견됐다. 버려진 팔과 다리의 주인은 누구인가?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여자를 살해해 팔과 다리를 훼손했을까?

 

쓰쓰이 야스타가의 <모나드의 영역>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눈길을 확 끄는 사건이었다. 나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곧이어 등장한 동물 모양 빵을 파는 베이커리에서 솜씨 좋은 알바생이 사람 팔 모양의 빵을 굽기 시작했다. 어찌나 실물과 닮았는지 처음 본 사람들은 죄다 비명을 지르며 두려워할 정도였다.

 

소문이 퍼져 팔 모양의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베이커리는 장사진을 이루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 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성공을 시기한 몇몇은 제빵사의 존재를 의심해 강변에서 발견된 실종자의 팔과 연관이 있다고 신고를 했다.

 

과연 팔 모양의 빵을 만든 청년은 살인사건과 관련됐을까? 사람들은 초점없이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청년의 눈동자를 의심했다. 나 역시 그랬다. 그 사람들처럼 청년을 수상하다 여기며 추리소설의 범인을 쫓듯 사라진 청년의 뒤를 캐려했다. 그저 재미있는 추리물정도라 여기면서.

 

그러나, 청년이 사라진 뒤 이야기가 급박히 바뀐다. 공원에서 미래를 말하는 교수가 등장하고, 그의 입을 통해 우리는 ‘모나드’를 만난다. ‘모나드’는 세계의 구성요소로, 모든 존재의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실체를 뜻하는 라이프니츠 용어다. 이렇게 말하면 뜬금없이 무슨 개똥철학을 꺼내냐고 따지질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이 책은 흔한 추리 소설이 아니고, 시공을 초월한 철학 용어들이 가득 들어간 모나드의 책이다! 제목이 ‘모나드의 영역’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모나드가 등장하면서 내 편견은 완전히 깨졌다. 전형적인 일본의 일상추리물일거란 안일한 예상을 버리고, 역시 쓰쓰이 야스타카라고 감탄을 거듭했다. 야스타카는 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선 시간을 넘나들며 여러 곳에 존재하는 나의 타임리프를 이야기하고, ‘모나드의 영역’에서는 공간을 넘나드는 빙의를 말한다. 난해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모나드는 인류 이전부터 존재한 영적인 공간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시간과 공간은 무한히 반복되고 그 안에서 소멸하는 것은 인류와 같은 생명체뿐이다. 모나드는 그 무한한 공간에서 이름을 갖지 않고 여러 개의 몸을 오가며 존재한다. 그들의 눈엔 모든 것이 아름답다. 지구의 대재앙과 전쟁, 같은 종족간의 학살마저 아름답게 바라본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이야기냐고? 그런 존재가 가당키나 한 거냐고? 의심스럽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어라. 그럼, 알게 될 것이다. 모나드의 정체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모나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절절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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