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가 찰리에게 쓰는 편지

 

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없음.

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싸움.

네가 쓴 자기소개를 읽고 나는 큰 소리로 웃었어. 세상에 나와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까지 비슷한 아이가 또 있다고 생각하니 자꾸 웃음이 나지 뭐야? 사실 네게만 공개하는데, 내 별명이 쌈닭이거든. 그래서 네 이야기들이 남일 같지 않았어.

 

음.. 내가 생각할 때, 너는 평소 주먹을 움켜쥐고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는 작고 깡마른 여자아이일 거 같아. 생김새에 대해 별로 얘기하지 않아서 나는 그렇게 상상했지. 교도소에 간 아빠와 종일 침대에 누워 신세한탄을 하는 우울한 엄마에게 버림받아 갑자기 구석진 시골의 낯선 이모 집에 더부살이를 하게 됐으니 네가 불행할 것은 당연했어. 콜비에 도착한 순간부터 너는 계속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어. 소원을 빌 건수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않고 소원을 비는 주문을 외웠지. 1센트짜리 동전을 던지면서 소원을 말하고, 까만 말을 향해 주먹을 세 번 휘두르고 빨간 새 앞에 침을 세 번 뱉는 일, 나비와 낙타 모양 구름, 집안으로 들어온 귀뚜라미,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그리고 네잎클로버를 찾을 때마다 너는 쉬지 않고 소원을 빌었어. 나는 그걸 볼 때마다 궁금했어. 소원이 과연 뭐 길래 저렇게 열심히도 비는 걸까? 하고 말이야. 아마 나도 너처럼 빌고 싶은 소원이 많아서인지 몰라. 정말 너와 나는 많이 닮았어.

 

그리고 너와 또 닮은 게 또 하나 있어. 바로 함께 사는 강아지가 있다는 것. 넌 동네를 어슬렁대던 유기견을 데려와 ‘위시본’이란 이름을 붙였어. 원래 위시본은 소원을 들어주는 효력이 있는 닭의 가슴뼈를 말하는 건데. 아마 그 개가 너한테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랐나봐. 그만큼 소원이 간절하다는 것이기도 했지.

 

대체 함께 사는 강아지에게까지 소원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로 바라고 원하는 게 무엇일까? 나는 막연히 그곳을 떠나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어. 위아래로 절뚝거리지만 ‘파인애플’이란 주문으로 네 화를 달래주는 착한 친구 하워드가 있고, 자식처럼 사랑을 아끼지 않는 이모부부가 옆에 있지만, 너는 언니를 그리워하고 롤리로 돌아갈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찰리 그거 아니? 진정 바라는 것은 완전히 잃게 될 때야 알 수 있는 거래. 사회복지사가 롤리에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을 때, 네가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말이야. 우리는 가끔 그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잊고 지내다 잃은 뒤에야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도 많아. 그래서 나는 마지막 장을 걷을 때까지 네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어.

 

그런데 다행히 너는 늦지 않게 소중한 것을 찾았고, 소원을 이뤘어. 이제 너는 자기소개를 하라면 이렇게 하겠지. 찰리는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위시본이 있고, 착하고 의리 있는 단짝 하워드가 있고, 마침내 그녀가 원하고 원하던 소원을 이뤘다고 말이야.

 

나는 나와 닮은 너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고, 그 희망을 다른 사람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하나 품게 됐어. 그 소원이 이루어질까? 오늘부터 우리 빌어보자. 사람들의 가슴에 위시본이 하나씩 늘어가고, 아름다운 소망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한 해가 되도록 말이야.

2017년 1월 찰리가 찰리에게

*리뷰어스클럽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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