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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 질문은 인류가 오랜 시간 품어온 의문이었다. 우리 인간은 자신과 세상에 대해 꺾이지 않는 호기심과 질문을 가진 존재가 아닌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모든 물질은 물, 불, 흙, 물 4개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주장한 이후 최근 표준모형에 이르기까지 이 질문에 답하려는 탐구가 이어져왔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가 무엇인지 찾아 특성을 알아내려는 노력은 지금도 한창이다. 입자물리학과 별개로 정보이론도 모스가 전신부호를 발명한 이래 수학, 논리학, 물리학, 생물학과 함께 빠르게 발전했다. 물리학과 정보이론이 만나자 놀라운 가설이 탄생했다.

생활에서 비트는 보통 컴퓨터 저장 용량이나 처리 속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는데 원래는 0과 1, '예'와 '아니오'처럼 둘 중 하나의 값을 가지는 정보량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동전을 던질 때 앞과 뒤가 나올 확률은 같다. 1비트는 두 개의 동일한 확률을 가진 대안 사이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의 양이다. 정보를 이해하게 된 과학자들은 비트가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물질 자체보다 더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무엇일지 모른다고 여긴다. 블랙홀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1911~2008)는 이렇게 선언했다. "비트에서 존재로(It from Bit)" 그에 따르면 정보는 "모든 존재를 낳는다. 모든 입자, 모든 힘의 장, 심지어 시공연속체를 낳는다." 양자역학에서 코펜하겐 해석을 따르면 대상에 대한 관측 행위가 상태를 결정한다. 관측자의 역설이 나온다. 정보이론은 이 역설을 이해하는 방법을 준다. 관측자는 관측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비트로 표현되는 질문이나 진술을 한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아니오'의 질문을 제기하는 최종 분석에서 생겨난다. 모든 물리적 대상은 근본적으로 정보이론적이며, 이것이 바로 참여 우주이다." 이 말대로면 전체 우주는 하나의 컴퓨터, 즉 우주적인 정보처리 기계다.

이럴 수가!! 동영상 다운 받을 때나 관심을 가지던 비트가 우주를 낳는 근본 입자라니! 어떻게 이런 설명이 가능한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보가 무엇이길래 우주 전체를 낳는 기본이며 우주 자체가 정보처리 기계라고 하는걸까? 이 책 "인포메이션 -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는 정보를 역사, 이론, 홍수, 세 관점에서 다룬다.

근대가 되어 아프리카를 탐사한 유럽인들은 북소리로 말을 전하는 원주민들을 보고 놀라워했다. 19세기 중반에 전선을 이용해 모스부호를 전송하는 전기전신이 나오기 전까지 이 '말하는 북'은 어떤 방법보다 빠르고 멀리 정보를 전달했다. 북소리에 담긴 비밀은 20세기 초에 풀렸다. 원주민 언어의 높고 낮은 성조를 높고 낮은 북소리에 할당해 북을 두드려 소리를 퍼뜨린다. 대신 같은 성조에 해당하는 단어가 많으므로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약간의 수식구를 덧붙인다. 달은 땅을 내려다보는 것, 닭은 꼬끼오 하고 우는 작은 것이라고 표현하는 방법이다. '말하는 북'은 원시적이지만(그러나 매우 빠르고 정확하며 멀리 전송할 수 있다) 정보 이론이 나타내는 원칙을 포함한다. 단어를 음소의 높낮이로 전환하는 방법은 모스 부호가 알파벳을 점과 선, 공백으로 바꾸어(인코딩) 신호를 보내는 원리와 같다. 모스 부호가 4개로 이루어졌다면 '말하는 북'은 컴퓨터 언어가 0과 1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것과 같다. 언어가 비트가 되었다는 말이다. 또, 오류를 줄이기 위해 수식어를 덧붙인 일도 명료화와 오류 수정을 위해 추가 비트를 할당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정보의 역사에서 큰 분기점이 몇 번 있었다. 우선 문자의 발명과 기록문화의 탄생이다. 기록은 생각을 재구성하고 역사를 낳았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정보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의 힘은 단지 보존되고 전승되는 지식에만 있지 않고 방법론에도 있다. 기록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정보의 구조가 생겼다. 그것은 자아와 사유다. 기록된 말은 의식적 사고의 전제 조건이다. 구술로 전해내려오다가 기원전 760년 경에 문자로 기록된 일리아스를 보면 개인에게 자아라는 개념이 없다. 전투 장면 묘사를 보면 신이 장수들의 싸움에 개입한다. 이름난 장수가 죽는 사건은 개인의 기량 때문이 아니라 신의 의지 때문이다. 신이 개인에게 빙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육체의 주인인 것처럼 한다. 한 육체를 통제하는 자아란 개념이 이때만 해도 없었다. 기록은 사유하는 자아, 사실상 의식의 진정한 기원이다. 글은 인간의 영혼에 대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촉발시켰다. 글을 쓰고 읽으면서 구체적인 것들에서 강제적으로 떨어져 나온 추상의 왕국이 건설되었다. 이는 경험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체계화하기 위한 언어의 사용법에 대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추론이라는 상징, 즉 논리를 발전시키기 위해 엄격한 체계 안에 범주와 관계를 배치했다. 사물은 분류하는 범주에 속해 있으며, 범주는 추상화되고 일반화된 속성을 지닌다.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벽지에 사는 문맹 집단은 논리적, 추상적 사고를 하지 않았다. 논리는 기호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다음 분기점은 인쇄술이다. 인쇄된 책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문자 언어는 특정한 방식으로 적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철자법의 기원이다. 철자법을 통일하고 어휘에 대해 공통된 의미를 가져야 할 필요 때문에 사전이 탄생했다. 단어는 검색이 용이성 때문에 알파벳 순으로 배열되었다. 알파벳순 목록은 기계적이고, 효율적이고, 자동적이었다. 이렇게 되면 단어들은 그저 홈에 놓인 표시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상 숫자와 다를 바 없다. 언어를 숫자로 인코딩할 수 있게 되었다.

연산 기계와 프로그래밍의 탄생도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연산 기계와 프로그래밍은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처리하고 해석하며 제어하는 일이다. 19세기 영국에 살았던 다재다능한 찰스 배비지는 차분기관을 구상했다. 숫자를 입력하면 톱니바퀴와 레버, 밸브가 작동해 기계적으로 연산 결과를 표시하는 기계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고 정부도 투자했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배비지는 차분기관을 뛰어 넘는 새로운 기계를 구상했다. 수열의 차분을 이용한 차분기관은 모든 숫자를 연산하거나 모든 수학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는 파리에서 자카드 방직기(카드에 구멍을 뚫어 직조 패턴을 넣으면 기계가 패턴대로 직조함)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기계가 법칙을 구현하고, 카드가 이 법칙을 전달하는 기계를 생각했다. 오늘날의 컴퓨터다. 이 작업을 시인 바이런의 딸 에이다와 함께 했다. 그녀는 인류 최초로 해석기관에 사용할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프로그램을 짠 사람이다.

정보를 신속하게 멀리 보내려는 인간의 노력은 19세기 중반 전선을 통해 전신을 보내게 되면서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 여기서 전기와 전선이라는 새로운 기술보다 전신 기호 언어, 모스 부호가 더 중요하다. 모스는 회로를 열고 닫는다는 단순한 동작과 여기에서 발생하는 짧고 긴 신호와 공백을 적절히 조합해 각 알파벳 문자에 대응시켰다. 하나의 기호 수준에서 다른 수준으로 옮기는 일로 '인코딩'이라 부를 수 있다. 모스 코드의 목적은 일상 언어를 구리선을 통해 순식간에 전달하는 데 적합한 형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알파벳을 점과 선으로 바꾸면 단어에서 의미를 제거하는 셈이다. 기호와 상징은 단지 자리만 차지하지 않는다. 연산자로, 기계에서 기계와 레버와 같다. 언어는 결국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기록은 추론을 논리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논리학을 촉발시켰다. 기호로 움직이는 기계가 나오면서 논리학이 되살아났다. 이 기계는 어려운 연산이나 수학 문제도 풀 수 있어야 한다. 추론의 가장 고차원적 형태인 논리학과 수학에서 모든 것이 합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사람들은 완전하고 완벽한 논리체계를 원했다. 버트런드 러셀과 노스 화이트헤드는 수학원리라는 책을 써서 모든 수학적 사실을 기계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이려 했다. 그러나 기록 문화가 등장함과 동시에 발생한 역설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러셀의 역설은 그 자신의 작업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기 충분할 정도였다. "어떤 집합 S는 그 자신이 그 집합의 원소가 아닌 모든 집합들의 집합이다." 이 명제는 참이든 거짓이든 모순이다. 러셀의 역설을 비롯해 대부분의 역설이 자기참조에서 비롯된다. 진술 안에 포함된 재귀 때문이다. 러셀은 이를 피하기 위해 유형론을 도입한다.

이 때 쿠르트 괴델이 등장한다. 그는 역설이 근본적임을 보였다.

“메타수학적으로 볼 때 하나의 기호는 다른 기호와 차이가 없다. 즉, 특정 알파벳을 선택하는 것은 자의적이었다. 이는 하나의 기호 집합에서 다른 기호 집합으로 넘어가는 인코딩의 문제였다. 괴델은 모든 기호를 숫자로 바꿔 사용했다. 숫자는 산술로 합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수열은 하나의 수에 이른다. 따라서 수학원리의 모든 진술과 공식을 단일 숫자로 표시할 수 있으며, 모든 증명도 마찬가지다. 괴델은 인코딩을 하는 엄밀한 방식, 즉 단지 따르기만 하면 되는 기계적 규칙인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이 방식은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어떤 공식이 주어지든 규칙을 따르면 하나의 숫자가 생성되고, 어떤 숫자가 주어지든 규칙을 따르면 대응하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괴델은 ‘특정한 수, x는 증명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공식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줬다. 이런 공식은 무한히 많았다. 적어도 몇몇 경우에 수 x는 바로 그 공식을 나타낼 것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이는 순환하는 자기참조였다. 기본적인 산술을 할 수 있는 모든 일관된 논리체계 안에는 언제나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저주받은 진술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완전하고 일관된 체계는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괴델은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참인 수학적 명제들의 범위가 인간이 궁극적으로 증명으로 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명제들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을 보였다. 이를 위해 우선 '인간이 참으로 인식, 또는 증명할 수 있는 명제'들의 범위를 규정하기 위해 '계산 가능하다'는 개념을 최초로 제안하게 된다. (출처 : http://jjycjnmath.tistory.com/21)

다비드 힐베르트는 1928년 이른바 "결정 문제"를 내놓았다. 수학은 완전한가? 수학은 모순이 없는가? 수학은 결정 가능한가? 앞의 두 물음에 대해서는 괴델이 아니라고 증명했다. 세번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앨런 튜링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했다. "모든 수는 연산 가능한가?"

튜링은 튜링 기계를 통한 사고실험에서 일부 수가 연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모든 수는 수학과 논리학의 코드화된 명제와 일치하기 때문에 튜링은 모든 명제가 결정 가능한지에 대한 힐베르트의 의문도 해결했다. 수학을 결정가능한가? 답은 ‘아니오’다. 사실상 연산 불가능한 수는 결정 불가능한 명제이다. 모든 형식 체계는 결정 불가능한 명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 수학은 결정 불가능하다. 기계 자체의 운동을 숫자로 코드화할 때 다시 한 번 역설이 고개를 든다. 재귀적 순환의 필연적인 등장이었다. 인식되는 대상은 인식하는 대상과 운명적으로 얽힌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접한 튜링은 이를 자기참조 개념으로 표현했다. 과학은 우리가 정확한 상태를 전혀 알 수 없는 원자와 전자를 다루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의 도구 자체가 원자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힐베르트가 제시한 수학의 "결정 문제"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가 나왔다. 답이 나오는 과정은 정보 이론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언어를 숫자로, 특히 이진수로 인코딩하고 기계적 논리에 따라 처리하면 어떤 답이 나올 수 있다. 정보는 비트로 전환할 수 있다. 이제 정보 이론의 창시자 클로드 섀넌이 등장한다.

섀넌은 정보의 척도를 사건에 선택이 얼마나 개입하는지 혹은 결과가 얼마나 불확실한지 말해주는 불확실성의 척도로 정의했다. 대체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더 큰 불확실성, 즉 더 많은 정보를 뜻했다. 1비트는 가능한 최소 정보량으로 동전을 던질 때 나오는 불확실성의 양을 나타낸다. 1비트는 두 개의 동일한 확률을 가진 대안 사이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의 양이다. 그러면 메시지는 하나의 선택으로 여길 수 있다. 집합에서 고른 하나의 선택 말이다. 정보이론에서 메시지의 의미는 대체로 아무 상관이 없다. 정보량이 불확실성이라면 이 척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열역학 2법칙에서 파생된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개념인 '엔트로피'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엔트로피의 본질적 속성으로 혼란 그 자체(무질서)에 주목한 사람은 맥스웰이었다. “에너지의 소산이라는 개념은 지식의 범위에 좌우된다. 유효 에너지는 원하는 모든 채널로 유도할 수 있는 에너지이다. 소산 에너지(엔트로피)는 우리가 열이라고 부르는 분자의 혼란스러운 요동에서 나오는 에너지처럼 원하는 대로 이용하고 유도할 수 없는 에너지이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혹은 아는 것이 정의의 일부가 된다. 매개체나 관찰자를 빼놓고는, 즉 지성에 대해 말하지 않고는 질서와 무질서에 대해 논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질서는 관찰자의 눈에 좌우되는 주관적인 것이다. 사물을 분류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는 공짜가 아니다. 각 정보단위는 klog2단위에 해당하는 엔트로피의 증가를 가져왔다. 기체 상자의 엔트로피를 줄이고, 효율적인 일을 하려면 정보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메시지는 가능한 메시지의 총체에서 엔트로피를 줄인다.

정보, 무작위성, 복잡성. 이 세 가지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레고리 체이틴은 튜링 기계에서 수가 연산 가능하다면, 즉 한정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수를 생성할 수 있다면 무작위적이지 않다고 했다. 연산 가능성은 무작위성의 기준이다. 안드레이 니콜라예비치 콜모고로프는 어떤 대상의 복잡성은 이 대상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가장 작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크기라고 주장했다. 즉 체이틴이 말한 알고리즘의 크기와 같은 접근법이다. 어떤 대상의 콜모고로프 복잡성은 그 대상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가장 짧은 알고리즘의 비트 단위 크기이다. 이는 또한 정보량이며, 아울러 무작위성의 정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프로그램 크기로 정의되는 복잡성은 일반적으로 연산 불가능하다. 따라서 콜모고로프-체이틴 복잡성으로도 완전한 형식적 공리체계는 있을 수 없다. 자기 참조와 관측자의 역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우주에 대한 완벽한 논리적 이해를 할 수 없다! 경험을 통해 배울 때 인간 혹은 컴퓨터는 불규칙한 정보의 흐름에서 규칙성을 파악하는 귀납법을 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과학 법칙은 데이터 압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솔로모노프는 이렇게 말했다. "발견된 과학 법칙은 우주에 대한 수많은 경험적 데이터를 간략하게 요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법칙은 현재의 맥락 안에서 그 법칙의 토대가 되는 경험적 데이터를 긴밀하게 코딩하는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

양자역학에서 '얽힘'은 비트가 아닌 큐비트 개념을 가져왔다. 정보이론에서의 괴델 정리는 우리에게 계속 복잡성의 새로운 성질, 즉 무작위성(randomness)을 보여준다는 것을 함의한다. 비트에 근거한 기계적 방식에 의해서 수학을 정복할 수 있는 인지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 0과 1로 구성된 이진(binary) 기반의 시스템에서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피해갈 수 없으므로, 고전논리의 시스템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가장 근접한 조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스템은 양자논리(Quantum Logic)와 양자계산(Quantum Computing)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바로 결정론적 계산보다는 비결정론적 양자계산의 필요성을 함의한다고 할 수 있다. 양자논리의 중요한 특징은 두 개의 값만을 허용하는 비트가 아니라 세 개의 값을 허용하는 큐비트(qubits)를 바탕으로 하는 상태공간(state space)을 전제한다는 점이다.(출처 : MATHEMATICAL FOUNDATIONS

OF COGNITIVE SCIENCE, 현우식, History and Pedagogy of Mathematics 2012) 물리학자는 큐비트가 상태들의 '중첩', 즉 확률 진폭의 조합이라고 말한다. 큐비트는 불확정성의 구름 내부에 살고 있는 확정적인 대상이다. 정보는 물리적이다. 양자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고려하지 않고 양자 상태를 논하는 것은 쓸모가 없다.

수학과 논리학으로 완전무결하여 모순이 없는 체계를 구성하고자 하는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인코딩과 정보 처리 개념이 발전하여 정보이론을 낳았다. 정보 이론은 엔트로피 개념과 결합했고 지금은 양자역학 이론인 얽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단위 큐비트를 내세운다. 완전성을 추구하다 실패했지만 기어코 도전하는 인간의 집념이 새삼 대단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과정에서 엄밀해지고 새로운 개념으로 나아간 각 학문들과 정보이론을 보며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오래된 교훈도 떠올랐다. 저자는 정보의 역사와 이론을 돌아본 후 인터넷 시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고 스마트폰만 쳐다본다며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컴퓨터 게임만 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 사춘기 남학생 이야기는 이제 지겨울 정도다. 사고하는 힘을 잃어버려 인간이 도태될지 모른다고 염려하는 지식인들도 많다. 그런데 이런 일은 과거 정보의 역사 각 분기점에서도 있었다. 플라톤은 문자기록이 기억에 대한 연습을 게을리하여 배운 사람들의 혼에 망각을 제공할 거라며 한탄했다. 인쇄술이 널리 퍼진 후 당대 지식인들 다수가 너무 많은 책과 인쇄물 때문에 진정한 지식과 지혜가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상상력의 부족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보 혁명에 대한 우려도 기우일까? 신기술이 널리 퍼지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과 문화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답을 내리지 않지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 행복했다.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읽으며 역사를 좀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수리논리학 논의들을 따라가기 위해 구글에다 물어보며 다층적으로 독서했다. 지금도 이해가 쉽지 않아서 겨우 요점만 정리한다고 애썼는데도 긴 글이 되어버렸다. 아직도 와닿지 않는 정보가 물리적이라는 진술은 우주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 책을 징검다리 삼아 정보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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