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누구나 결혼식에 관한 꿈이나 어렴풋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환상이 호화로운 호텔 예식일 수도 있고, 가까운 지인과 가족들만 초대해 야외에서 먹고 마시며 즐기는 가든 웨딩까지 참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비용과 시간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참석한 결혼식의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는 음식의 맛과 교통 편이 잘 되어 있는 예식장을 결혼식의 우선순위로 꼽게 된다. 하지만 그런 형식들 속에서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신부와 신랑의 모습이나 기억은 흐릿하다.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결혼식 문화에 비슷한 생각을 해왔던 일곱 커플은 외부의 시선과 욕심, 허례허식을 걷어내고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는 예식으로 결혼식에 관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간다.

 

요즘엔 부모님들이 노후 자금까지 빼서 자식들 결혼시키는 집들도 있다. 결혼식은 자식들에게도 부모님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과제로 남는다. 과연 30분 정도면 끝날 예식에 큰 돈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결혼식의 이미지는 ‘행복’과 ‘축복’보다는 ‘형식’과 ‘진부함’에 가깝다. 서로 생각해야 할 것도, 챙겨야 할 것들로 인해 평소보다 대화로 풀어야 할 것들이 더 많은 예민한 시기에 오히려 둘 사이의 갈등에 집안 간의 갈등까지 더해져 깨지는 커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결혼까지 결심한 사이인데 결혼식을 준비하다 헤어진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저렴한 비용으로 예식은 간소화하되 개성과 의미를 더 채우는 셀프 웨딩이 뜨는 현상은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여기 그런 특별한 결혼식을 선택한 일곱 커플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두 사람에게 의미 있고 특색 있는 결혼식이라 하더라도 부모님의 동의가 큰 관문으로 남아 있다. 책의 인터뷰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바로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하는 점이다. 그만큼 결혼식은 당사자인 신랑 신부의 행사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친인척과 지인들을 초대하는 행사이기도 해서 여전히 어려움이 남는 부분이다. 젊은 사람들의 감성과 시대 흐름이야 친구들에겐 색다르게 들려 반가운 소식일 수 있겠지만 격식을 차려야 하는 부모님 세대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의 개성에 따라 치른 예식에 대한 후기 중에서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신랑 신부 부모님의 덕으로 돌리는 글도 있다.

 

개인적으로 하우스 웨딩에 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일까, 책에 소개된 사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예식은 신혼집을 개방해 지인들만 불러 소소한 파티로 결혼식을 대체한 커플이었다. 그들은 신혼집으로 마당 있는 한옥을 얻게 되었는데, 집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과 집에서 느껴지는 정취를 하객들과 공유하는 게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자신들이 새로 시작할 곳인 집을 단장하고 음식을 마련한 뒤에 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이뤄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들의 시작을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고 덧붙여 결혼식과 집들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여러모로 괜찮은 방법인 듯하다. 그 밖에도 커플의 기록으로 채워진 사진전으로 대체한 결혼식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들이 판에 박힌 결혼식을 싫어한다고 해서 다른 커플의 선택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들 나름의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자 선택한 상품이지만 그들에게만은 일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틀에 박힌 순서와 형식은 같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의 감성과 패기로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좀 더 수고스럽고 색다른 결혼식을 통해 주변 친구들에게도 다른 시각을 전해줄 수 있어 뜻깊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결혼식에 앞서 서로 간에 깊이 있는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부모님과도 의견을 조율하며 예식을 진행한 부분이 가장 중요한 절차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결혼을 생각할 때 ‘결혼식에 얼마를 하지?’보다는 ‘어떤 결혼식을 할까?’를 더 먼저,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