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 송정연, 송정림 자매가 엄마에게 시를 읽어주고, 시를 통해 엄마와의 따뜻했던 기억과 함께 그들의 유년시절을 떠올리는 글을 묶어낸 책이다. 제주도가 고향인 두 자매는 육 남매 모두를 건강하게 키워낸 엄마 강지하 여사가 노년에 접어들어 기억이 흐릿해지고 점점 노쇠해져가는 상황 속에서 요양원에 모시게 되고, 그런 엄마를 매일같이 그리워하고 생각하며 시를 읊는다. 항상 두 자매의 글을 읽으며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참 좋았었는데, 세상과 사람에 대한 열린 시각은 그들의 엄마로부터 전해져 왔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식에게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보듬고 쓰다듬어줘야 할 품이 되어 주지 못하고,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는 부모들도 많기에 우리 모두 엄마를 이렇게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느냐고 묻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 대신 이런 좋은 어머니상을 접하게 되면 앞으로 내가 꿈꾸는 좋은 어머니의 모습을 잠시나마 꿈꿔보게 한다.

 

책에서 그려지는 두 자매의 엄마는 ‘이상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자식들을 크게 혼내는 법이 없으면서도, 인생의 고비마다 필요한 말을 적당한 단어로 나긋이 전해주는 엄마. 그렇기에 꽤 훌륭하게 자라나 타인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낼 줄 아는 딸들은 아직도, 여전히 어머니의 성품에 미치려면 한참 모자란다고 겸손을 떤다. 인생의 본보기이자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다면 얼마나 큰 행운일까. 그것도 나를 사랑으로 보듬고 키워주시는 엄마가 그런 인물이라면 자식들이 험한 사회생활 속에서도 단단한 중심을 잡고 넘어지지 않는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엄마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큰 힘이자 원동력이 되어준다. 조금 아프셔도 되지만 내 곁을 떠나시지만 않는다면, 최대한 함께 할 수 있는 날들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고 늘 바라게 된다.

 

나의 작은 꿈이라고 하기엔 과장되지만 언젠가 엄마에게 책이나 시를 읽어드리고 싶다. 언제든 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엄마에게 가서 책을 읽어드리겠다고 하는 것도 조금 부끄러워 여전히 소망으로만 남아있다. 아무래도 책을 읽어드린다고 하면 엄마가 글자를 읽기에 조금 버거울 때를 떠올리게 해서 마음이 조금 불편해지지만, 엄마가 약해졌을 때 옆에서 늘 지키고 앉아 힘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지금도 때때로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고 내 멋대로 행동하게 되지만, 건강하게 내 곁을 지켜주시는 사실 자체만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자 지붕처럼 지켜주시는 아빠에게도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엄마에 대한 감정은 나머지 가족들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느낌이 들어 그 자리가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책 속의 자매를 봐도 그렇고, 요즘 우리 엄마를 봐도 그렇고 딸들은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부모님의 주름살이 한 해 한 해 깊어질수록 함께 할 날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에 전보다 더 자주 찾아뵙고, 자주 전화를 드린다. 본인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님이지만, 부모 이전에 자식으로서 노년의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결국 그 자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는 것 같다. 종종 엄마도 나에게“내가 늙으면 너도 나처럼 맛있는 음식을 해서 찾아오라며” 반농담으로 말씀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그것보다 더 잘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새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부모님이 여전히 내 곁에 계시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고, 또 감사한 시간이다.

 

많이 힘들어 쓰러질 것만 같던 어느 날, 딸의 상황을 짐작하신 엄마가 그러셨죠. 

보름달도 그믐달이었던 때를 지나 보름달이 되었다고. 영원한 그믐달도, 

영원한 보름달도 없다고. 힘든 시간이 차면 그때는 환한 보름달이 되는 거라고. 

누구의 인생에도 예외는 없으니 지금 힘든 것을 잘 견디라고……. (1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