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모든 문제가 인간관계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며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삶을 그만 멈추라고 한다. 가장 쉬운 언어로 보통 사람들을 향해 있는 상식적인 아들러의 가르침을 다시금 재조명 받게 한 일본 최고의 아들러 심리학 권위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쓴 이번 책은 더 쉽게 아들러 심리학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책의 부제인 아들러 심리학 입문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만큼 짧은 글로 나뉘어 일상의 체험과 연결 지어 아들러가 말하는 의미에 이해를 높인다. 같은 시대에 활동한 프로이트나 융에 비하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만큼 아들러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개인심리학’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유명 자기 계발서들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자기 계발서’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슷한 성격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본 내 나름의 느낌으로는 확실히 아들러가 말하는 의미는 단순하고, 상식적인 내용인 것 같지만 방향이 잘못된 시각들이 제대로 방향감을 찾게 되듯이 심플한 삶의 감각을 되찾게 만드는 명료함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내게 중요한 무언가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를 종종 놓치게 된다. (27쪽)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의 마음을 미리 알아주고 배려해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 자신의 생각은 타인에게 전해질 수 없다. (48쪽)

말처럼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또 있을까. 뱉어내는 건 순간이고 한 마디의 말속엔 모든 가능성과 미래가 담겨있지만 작은 일이라도 행동에 옮기는 일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람들은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힘들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실패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도전하지 않는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평생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이라는 허상만 안고 산다. 생각대로만 살아지면 얼마나 편한 삶일까 싶지만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결국엔 쉽게 떠나 버리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래서 삶의 복잡한 요소와 엉켜있는 감정들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는 말들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과거’를 풀려날 수 없는 족쇄로 묶어 두지도 않고 ‘미래’를 거창하게 부풀려 표현하지도 않는 오로지 정직하게 현재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말, 오직 현재의 행동만으로 생각 이면의 생각을 파악하고 그것을 ‘목적론’이라고 말하는 아들러는 우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 불편한 상황과 직접 대면하고 인생의 과제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준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이것은 낙천주의랑은 좀 다르다. 낙천주의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낙관주의는 항상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바로 그 현실에서 출발하는 태도다. (65쪽)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해서 무엇을 하든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하튼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바로 그게 낙관주의다.

우리가 일단 지금 여기서 가능한 일을 시도할 때 현실의 사태는 무언가 변화하게 된다. (66쪽)

책에서는 아들러가 말한 여러 문제에 관한 정의와 함께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을 두루 집어보며 균형적인 삶을 조망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기억하며 우선 나를 바로잡고, 타인과의 유대로 신뢰를 쌓아가고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개인의 삶을 재정비하는 의미로도 좋지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고민하는 부모에게도 좋은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나에 대한 가치와 타인, 사회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 있는 아이는 독립적이면서도 이타적이고, 함께 사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다. 끝으로 이번 책을 통해 아들러 심리학에 매력을 느낀 사람이라면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더 깊이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봤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강요를 받더라도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리려고 애써야 한다.

그냥 주어져 있는 것을 옳은 것이라 생각하고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중우정치(衆愚政治)에 휩쓸리고 만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망가지는 것이다. (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