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구슬을 가지고 있어도 낱알갱이로는 소용이 없고 그것을 쓸모 있게 다듬어야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식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들은 목적에 맞게 선별되고 엮어져야 제 가치를 발휘한다. 물론 예전에는 이른바 퀴즈왕형 혹은 백과사전형 지식인을 높게 쳐주기도 했다.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은 콜럼부스, 페니실린을 발견한 사람은 플레밍, 세계 3대 시민혁명은 뭐,뭐,뭐...이런 것들을 줄줄이 꿰차고 있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것을 다 아냐며 지식이 많다고 칭찬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지식이라기 보다는 정보에 가깝다. 그리고 요즘 이런 정보는 인터넷에 검색창을 사용해도 충분하다. 인간이 진정한 지식을 꿰차려 한다면 그것을 통해 결과적으로 무엇을 해석하거나 기획하는 등의 고차원적 사고를 거쳐야 한다.

 

<생각의 경계>는 우리들에게 단편적인 정보들(혹은 단편적인 정보와 그로인해 떠올리는 생각들)을 꿰어 보배같은 지식이 되도록 그것을 선별하고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창조력, 추론력, 기획력 등에 대해 단순한 비법들을 가르쳐주는 책은 많지만 생각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적인 사고의 과정, 지식이 되는 시점, 지식의 공유와 연결 등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의 지형도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경계는 어떤 것과 다른 것이 만나는 사이에서 생겨난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면 그 사이에 경계가 생기듯 우리의 생각도 이질적인 것이나 색다른 것을 만날 때 경계가 생기고 거기서 무언가가 발생한다. 이 책에서의 예를 들면 천문학자와 무용가와의 만남같은 것인데, 이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주고 받음으로써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경계의 다른 편의 관점과 생각을 받아들여 색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만일 무용가가 무용가를 만났거나 천문학자가 천문학자를 만났다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색다른 생각을 접할 수가 없다. 이렇게 생각이란 자신이 가진 틀이 아닌 다른 것과 만나며 변화하고 진화한다. 이 과정을 보면 '통섭'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생각의 경계>는 통섭적인 사고방식뿐만아니라 사고의 공유도 중요시 한다. 우리가 생각을 교류할 때 지식은 산술적인 수치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몇 제곱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증가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다듬는 것을 너머 그것을 공유하고 함께 가치를 누리는 유용함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우리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의 사고과정을 가시화하여 다양한 그림으로 설명해주고 있고, 그것을 한 명쾌하게 한 마디로 구체화해주는 점이 매력적이다. 예를들면 '매듭'이라는 부분에서  매듭이 있는 생각이 흘러가는 과정과 매듭없이 흘러가는 생각을 끊긴 3개의 고속도로로 보여주고 매듭이 어떤 것인지 풀이해주는 것이었는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매듭을 표현했다.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나 현상 또는 사건들에는 그렇게 되는 이유가 있으며 이 이유가 사건들의 매듭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매듭들은 대부분이 '왜?'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이처럼 궁금증은 지식의 형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P.71)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볼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고 새로운 생각을 창출하는 생각의 모습이 어떤지, 그렇지 않을 때의 마구잡이 생각의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나 생각을 떠올리기에 앞서 자신의 생각방식을 점검해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들이 가진 다양한 정보, 사고력을 증폭시키고 보다 생각의 경계에까지 생각을 밀어올리는 힘을 배우게 된 것 같고,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생각이 작동하는 신비한 원리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체크해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또한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보다 광대하고 풍요로운 지식 공통체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