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더니스는 마치 재미있는 스토리가 생각난 소설가처럼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본 집안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이 번뜩 떠올랐다고 했다. 책의 구성을 척척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재가공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니, 확실히 그는 타고난 과학저술가인 모양이다.

  이 재미있고 유쾌한 발상의 책을 보더니스를 따라 열혈과학자의 눈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집안 곳곳의 모습을 관찰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함께 생활하는 집먼지 진드기를 확대해서 보여주고 생활사를 알려준다. 욕실로 들어서자마자 짜는 치약을 구성하는 성분과 성능을 늘어놓는다. 이런 식으로 한사람을 종종 따라다니며 그가 만지고 먹고 입는 모든 것을 관찰하며 호기심어린 눈길로 사물을 대하고 그 속에 담겨있는 과학의 원리와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스타킹, 데오도란트, 릭스틱, 감자칩, 콜라, 전자레인지,담배, 커피, 침대스프링 등 잡다한 모든 것에 대해 가벼운 필치로 풀어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아주 오래된 영화 중에 맥 라이언 주연의 ‘이너페이스’가 떠오르는 책이다. 비행선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초소형화해서 흰토끼 내부로 주입하려가다 남자주인공의 몸속에 주입하게 되는 모험을 그린, SF코미디영화라고나 할까.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혈관 속 혈액을 따라 인체내부를 돌아다니던 비행선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생각해도 소재가 대단히 기발했던 영화다. 영화는 과학적 내용보다는 축소칩, 확대칩을 둘러싼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스토리에 인체를 이용했을 뿐이지만 말이다. 일상생활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사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음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과학수사대원’이 되어 꼼꼼한 관찰자의 눈으로 경이로 가득 찬 집안의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시크릿하우스, 데이비드보더니스, 생각의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