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고 소설가 김연수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은 여러모로 대학시절, 연애시절이 떠오르게 했고 작가와의 세대적 공감도 있었다. 말랑말랑 가벼워보이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잘 그려냈다. 이름과 글로 여성작가인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렇게 잘 모르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쓴 에세이. 이 책을 만났다. 좋아하는 문학가의 에세이는 마치 좋아하는 배우의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저렇게 리얼하게 연기를 잘하나’처럼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작품을 쓰나’ 질투와 부러움과 선망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작가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즐겁다.

  단숨에 읽어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다. 하루키의 책이 허공에 둥둥 멀리 떠 있어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라면 김연수의 책은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호수공원을 끈덕지게 달리는 그가 보이는 것 같았다. ‘달리기’라는 공통분모가 ‘소설’라는 작업에 대단히 큰 공헌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면 좀 어떠냐’는 내용의 칼럼을 신문에서 읽었다. 김연수의 책 제목을 빗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시기적으로나 글쓴이의 뉘앙스는 그래보였다. 그 칼럼을 쓴 사람은 김연수의 책을 읽어보지 않고 ‘제목’의 주제로 한정해서 글을 쓴 것이 분명했다. 수많은 언론인들이 이런 식으로 섣불리 우를 범한다. 자세히 확인하거나 본질을 잘 알지 못하면서 제멋대로 서슴없이 판단하고 평가해버린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처럼 “사람이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사는 동물”이지만, 언론인은 보기 싫은것도 봐야하고 보지 못한 것은 없는지 이면의 다른 사정은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사실 이외의 ‘가치판단’의 문제에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한다. 다시 김연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책 제목인 [지지않는다]는 말은 칼럼 필자의 생각처럼 ‘기필코 이기겠다’는 뜻이 아니라 이기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달리기를 하다가 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날의 기분을 이야기하면서 반드시 목표를 채우겠다는, 완성을 해내겠다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같은 말이다. 책에서 지은이는 하루 10km정도를 달리고 원고지 15매를 쓰겠다는 자신의 계획과 목표에 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려준다. 이기지 않더라도 지지않을 수 있는 방법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겠다는 다짐뿐이고, 마라톤으로 치자면 완주를 꼭 해내는 것과 같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책은 달리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작품에서 알 수 없는 작가 김연수의 일상생활과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들을 몇 년에 걸쳐 들려준다. 대단히 규칙적이고 성실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 김연수의 좌절과 슬픔과 절망을 내비치기도 하고, 단골서점을 들락거리던 소년 김연수를 만나게도 해주고, 타이즈 운동복을 더 이상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입어대는 뻔뻔한 아저씨가 된 김연수를 보며 쿡쿡 웃음 짓게도 한다. 지은이는 자신의 성장과 발전, 소소한 일상과 달리기에 관한 애정을 하루키보다 다정하고 친근하게 들려준다. 김연수 작가를 마주보고 있더라도 절대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속내를 깨알같이 담고 있는 책이다.  

김연수, 지지않는다는말, 마음의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