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가 오랜시간 낡아 색이 바래져서 자연스레 주는 느낌. 나는 그런 빈티지스러움을 좋아한다. 한가지 물건을 진득하니 쓰지 못하고 새 것으로 자주 갈아치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저자와 같은 '빈티지 마니아'들을 이해 하지 못할 것이다. 몇 십년전 혹은 아득히 먼 옛날 누군가의 흔적과 사연이 묻은 물건과 건물을 다시금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거쳐 가는 것. 정말 생각해 보면 신기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그녀에겐 빈티지 물건들을 모으고 고르는 데에도 철학이 있는 것 같다. 머리 끝 부터 발 끝까지 빈티지로 치장하는 건 금물, 현대적인 분위기와 자연스레 녹아들게끔 빈티지를 배치한다, 그것이 그녀만의 원칙이다. 그리고 옷과 가구 건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이름 모를 아티스트의 예술적 그림과 공간들도 심지어 공기까지도 앤틱한 분위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나도 가끔 친구집이나 아는 지인 집에 가면 새로운 물건 보다는 손때 묻고 희귀한, 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구했을까 싶은 장신구와 엑세서리에 더 눈길이 가던 경험이 있다. 빈티지는 이렇게 때론 새 상품보다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할 때가 많다.

 

정육점에서 쓰였던 테이블과 이름 모를 화가의 가구가 그녀만의 새로운 작업대로 변신할 때 나도 저렇게 비상한 아이디어로 빈티지 아이템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있었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녀에겐 빈티지란 시공을 초월해 누군가와의 인연을 만들어 엮어주는 특별한 물건인 만큼 눈에 들어온 맘에 든 물건은 크기와 무게에 거진 상관없이 그녀의 품 속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란다. 자주 이용하는 곳은 벼룩시장과 헌책방, 그리고 호텔이라는데 호텔은 건물 자체의 고풍스러움도 있지만 머물러 갔던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기도 해서란다.

 

자신을 빈티지 커넥터라 부르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는 그녀.

빈티지를 사랑하면서 친구도 만나고 소원했던 훌륭한 작가와의 대면도 이루어졌다. 그녀는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산다고 한다. 한국과 파리, 런던을 오가면서 늘 여행속에 사는 기분으로 말이다. 그녀가 진정 부러운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 그것이 진정 의미있고 즐거워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