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月は深き紅の淵を :: 恩田陸
 
본격물에 익숙하거나 하드보일드를 선호하는 팬들에게 거센 혹평을 받았다. [이건 미스테리가 아냐!] 라고. 그와 반대로, 새로운 형태의 걸리쉬 문학에 (칙릿이 아닌!) 목말랐던 독자들은, 쌍수 벌려 환영하며 기꺼이 온다이즘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 특히, 7-80년대를 풍미했던 이케다 리요코, 우에하라 기미코 등의 (표절 유령 작가 김영숙을 비롯해!) 기묘한 분위기의 소녀 학원물에 깊은 향수를 갖고 있는 세대들은 돌아온 감수성에 더더욱 열광했다. 오죽하면 [노스탤지어의 마술사] 라는 별칭이 다 붙었을까.

미미(미야베 미유키) 여사와 비슷한 시기에 소개 되어서인지 곧잘 비교가 되곤 하는데, 두 작가의 장르나 관심 분야가 근본적으로 틀리므로 대조 분석은 무의미 하다 여겨진다. (기리오 나츠오와는 말할 것도 없다. 미야베 VS 기리오 라면 성립할 수 있겠어도) 그만큼 온다는 매우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장르 세계를 구축 해간다. 미스테리의 플롯을 사용해서 다른 장르 형식의 글을 쓴다고, 그걸 미스테리 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본격만이 미스테리 라고 구분 짓는 것은 이미 때지난 담론이다.

그가 비평 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나치게 메타 픽션에 천착해 있다는 점이랄까. 로버트 올터의 말마따나 그 실험성이 [자유] 냐 자위적 [방종] 이냐의 판단은 독자의 취향으로 갈라진다. 그러나 포스트모던과 쉬르레알리즘을 마블링 한 듯한 책의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과감한 플롯 파괴와 장르의 재확장을 실천하여 독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아니, 소녀 소설의 혁신 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 하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 하고 칭송할만 하지 않을까.
완성도 여부를 떠나서 여류 문학에 있어 이런 선구적 시도는 후대에 매우 바람직 하다 생각된다. 또한 그녀의 작품은 무분별 하게 다량 생산되는 라이트 노벨의 대안으로서 제시될 수도 있다.

확실히 순문학을 지향하는 독자에게 평가 절하 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만화 세대에게 곧잘 어필하는 이유는 대체로 그녀가 라이트 노벨의 베이스먼트, 즉 학원물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주로 쓴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벼움] 을 [졸업] 하게 되는 나이대에 이르러서는 그 애착을 대신할 무엇이 필요할진대, 그런 그들에게 이런 성장형의 소설은 얼마나 갈아타기 편한 매체인가. 일본에선 만화와 라이트 노벨, 미스테리 장르의 팬이 교집합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그 무리의 선봉에 아마도 온다가 속해 있지 않나 짐작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작품이 환상 고딕 소설로서 분류 되길 바라는지, 네개로 묶여진 단편의 배경을 어딘가 현실과 괴리감이 드는 비틀린 공간으로 설정하고 그 아이콘으로서 일본 괴담 문학의 선구자 라고 할 수 있는, 실존 인물 라프카디오 헌(고이즈미 야쿠모)을 오마주한 캐릭터를 곳곳에 배치한다. (심지어 표지조차!) 그는 본편에 전혀 개입하지 않지만, 작품 분위기를 장악하는 미장센으로서 적극 활용된다. (※ 고이즈미의 존재를 잘 모르는 국내 독자에겐 그 분위기가 100% 전달되지 않았음이 아쉽다)

온다의 메타픽션적인 태도는 비단 오마주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 다분한 작품들을 열거 하거나 (가상이 아닌 실제의 과자들조차 그의 기호 식품이 아닐까 의심이 될 만큼) 다른 작가에 대한 비난(p35, p119) 이나 부러움(p316)마저 가감없이 드러낸다. 로렌스 더렐 작인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의 구성을 이용해 자신이 생각하는 [독서가의 행적] 을 핵심 플롯으로 잡았으니, 이쯤되면 정공법의 메타 픽션이라 해도 좋지 않을까. (메타 픽션의 대가 존 파울즈를 좋아한다고 본편에서 고백까지 하고 있다!!)

1편에선 열광적인 독서가들을 소집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토론을 나누는 동아리를 형성하고, 2편에선 작품과 작가에 대한 애정과 동경으로 그 행적을 좇으며, 3편에선 비로소 (작가의 사견이 최대한 배재된) 픽션 [삼월은(p230)] [붉은 구렁을(p255)] 을 정독하고, 4편에선 맹목적 독서가에서 창작가로의 습작을 독자에게 장려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다. [삼월] 의 독자에서 시작해 [삼월] 의 작가로 이어지는 뫼비우스 띠는 분명 그녀의 [독서론] 일 것이다.

작가만한 열광적인 독서가는 못되어도 그 기조에는 충분히 수긍하고 동의한다. 다독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계급의 형태로 인식하지 않는 너그러움이 고맙고, 무궁한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그 손을 기꺼이 잡고 따라나설 마음이 용솟음 치게 된다. 메타 픽션은 자칫 매우 자아적으로만 흐를 위험이 적잖은데, 그에 대한 반발감이나 위화감을 작가에 대한 호감과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로 유도하니, 이조차 계산된 기교라고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