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며 너무 뻔한 내용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거워진 몸 때문에 더워진 날씨 때문에 무기력해진 나를 보며 뻔한 내용이더라도 약간의 자극이 되겠지 싶어서 펼쳐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뻔한 내용이라기보다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었다. 

여자가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게 되다 보면 겪게 될 상황들에 대한 한 여자의 당당한 경험의 기록이었다. 요즘에는 남자와 여자가 거의 같이 살림과 육아에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살림과 육아에 대한 무게 중심은 여자에게 있다. 우선 임신에서부터 출산까지만 하더라도 그것은 어떤 남자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그 후의 육아 역시 마찬가지 어느 남편이 아내를 대신해 아이에게 모유를 줄 수 있겠는가. 분유는 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바뀐다 하더라도 여자들은 육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육아 문제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꿈을 잠시라도 묻어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묻어둘 수만은 없지 않을까. 여자의 인생이 육아로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초등학생만 되어도 외롭다고들 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심지어 사회인이 되고 결혼을 해도 손이 가는 것이 자식이기는 하지만, 초등학생만 되어도 엄마는 엄마일 뿐 더 이상 자신의 유일한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한 자신의 꿈은 버려둔 채 오로지 자식만 바라보며 산다는 건, 둥지에서 아기 새를 키우느라 나는 법조차 잊어버리는 어미 새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기 새를 어느 정도 자라면 둥지를 떠나 어미를 떠나 훌쩍 날아 가버릴 텐데, 날아 가버린 아기 새만 쳐다보며 둥지를 지킬 순 없는 노릇이지 않을까. 

결혼과 함께, 육아와 함께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은 아내 김미경 그리고 엄마 김미경. 그녀의 꿈을 향한 행보는 당당하고 멋졌다. 그리고 그녀가 써내려간 말들은 주옥같은 말들이었다. 아내이기 이전에 엄마이기 이전에 나 자 자신으로 먼저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된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의 주인공은 바로 나이니까. 당연하지만 어쩌면 참 힘든 일... 

그래도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는 걸 그녀 스스로 보여주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 저편에서 용기가 났다. 모든 것이 간편해진 세상이다 보니 나.. 그리고 우리는 인생의 성공조차도 쉽게 얻어지길 바라게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작은 고비도 넘기지 못하고 돌아섰던 것은 아닌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인생을 멋있게 성공적으로 살아낸 사람은 늘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 저주 속에서 끝까지 인내하고 파헤쳐서 행복의 실마리를 찾아 행복을 만든 사람이다. 행복은 원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려고 노력해나가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견하는 것이다. 



저축하면 돈이 쌓이고 돈이 쌓이면 이자가 나오는 것이 인생의 아주 중요한 원리다. 저축하면 이자가 나오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능력도 자꾸 훈련하다 보면 이자처럼 늘어나게 마련이고, 지식도 경험과 체험을 계속 쌓아가다 보면 이자처럼 제 것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대체 뭘까? 행복에 대한 김미경식 정의는 ‘행복은 이자다’이다. 인생은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 불행한 일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게 우리 인생이다. 그런데 그 불행한 일을 행복한 일로 옮겨놓을 때까지 끝까지 노력하다 보면 행복이라는 이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행이라는 원금이 없이는 행복이라는 이자를 받을 수가 없다.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중에서 - 



헵번이 죽기 1년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들에게 남긴 유언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 더욱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하게 말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눠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네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며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에서 치유되어야 하고
낡은 것에서 새로워져야 하며
병에서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에서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에서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중에서 - 



꿈을 화석으로 만들지 않고 진화시켜나갈 때 사람은 살아 있는 맛을 느끼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된다. 꿈이 진화하려면 그 꿈을 꾸는 사람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통해 발전해나가야 한다. 
잊고 살았던 꿈을 부활시키고 싶다면 먼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보자. 그리고 당장 시작하자. 동시에 중단 없는 자기계발을 하자.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중에서 - 



꿈을 이룬 사람과 이루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그것을 위해 자신을 올인했는지 안 했는지 하는 것뿐이다. 뻔한 소리 같고 고리타분한 얘기 같지만 이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중에서 - 



어느 전업주부의 외침 - 최혜경 

이제 당신의 아내와 이야기하세요. 

당신의 아내가 종일 지치도록 일한 당신의 귓전에 앉아 
시시콜콜한 동네 사람들 이야기로 귓전을 어지럽히는 것은 
당신의 아내에게 지금 친구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무심하다 타박하는 아내에게 어쩌다 낮 시간 짬을 내 전화하면
뚜-뚜- 통화 중 신호음만 한 시간째 계속되는 것은
당신의 아내에게서 쏟아져 나와야 할
이야기들이 이미 너무 많이 쌓인 까닭입니다. 

몰라도 된다, 말하면 아냐, 당신의 핀잔을 감수하고도
어느 날 당신의 아내가 조심스레 회사 일을 물어오는 것은
당신이 하는 일에 잔소리나 간섭을 늘어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당신의 짐을 함께 지고 싶어 하는 아내의 갸륵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말 잘 하고 똑똑하던 나의 그녀가 
몇 마디 말만 하면 더듬거리며 단어를 찾아 헤매고
당신과의 말다툼에서조차 버벅거리게 되는 것은
아내의 이야기 상대는 종일토록 단어가 부족한 
아가들뿐이기 때문입니다. 

애 둘 낳더니 당신보다 더 목청 높아진 아내.
아내의 그 높아진 목청은
일상처럼 던져지는 아내의 반복되는 이야기들에
애써 귀 기울려 주지 않는 당신 때문에
작은 소리로 말하기엔 이미 너무 지쳐버린 아내의 고단한 절규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이제 당신의 아내와 이야기하세요.
당신의 아내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싶을 즈음
아내는 이미 당신과 이야기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눈물, 콧물 빠뜨리게 하는 드라마나 바라보며
쏟아놓을 이야기들을 가슴속으로 잠기게 해버리거나,
유치한 코미디에 깔깔거리며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사랑들을 다 날려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신의 아내가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할 때
당신은 가슴까지 열어 이야기를 나누세요.
무겁거나 가볍거나 아내와 나눌 그 이야기 속에는
당신과 아내의 고운 사랑이 숨어 있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나는 이 시를 읽고 참으로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여성이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배려하고, 인내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싶어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남자들은 회사만 다니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집안일은 아내가 알아서 해주고, 아이들도 아내가 알아서 키워주고, 부모님도 아내가 알아서 챙겨주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기타 등등의 대소사도 모두 아내가 해주지 않는가. 남자들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이유가 앞서 소개한 시에 등장하는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