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Recall

모든 것을 저장하고,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10년뒤에 과연 올까요?

그 누구도 10년전에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정확히 예견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어떤 흐름이라던가 대략적인 모습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온세계가 스마트폰의 열풍에 휩싸일지는 몰랐을 것 같습니다(제가 아는게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어서 혹 정확히 예견하거나 그런 흐름을 제시한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는 빌 게이츠의 저서인양 혹은 빌 게이츠가 연관되어있는 듯한 책 겉표지의 이걸 뭐라고 해야되나요? 책을 두른 띠같은 걸.... 그런 걸 보면서 조금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물론 서문에는 빌 게이츠의 글이 두페이지 정도 실려있습니다만) 용도가 너무 티가 난다고 할까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읽기 전의 저하고는 다른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별 생각없이 해왔던 블로깅(Blogging)이 어떤 뜻이며, 어떤 의미들이 있는지 좀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자취를 남기고 싶어했던 내 모습들(인터파크의 북피니언, 네이버의 블로그, 디지털 카메라의 폴더별 분류, 인터넷 가계부, 신용카드 사용명세서 등 각종 명세서의 엑셀파일보관 등등)이 사실은 '완전한 기억(Total Recall)'을 위한 시금석이라는 것을.. 그리고 세상에는 이보다 더 발전된, 진일보된, 조금더 적극적인 형태의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Blogging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블로깅은 남에게 보이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 로깅은 순수히 자신의 기록을 저장하는 개념으로 쉽게 생각하면 남에게 보이지 않는 일기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완전한 기억'을 향한 실제의 예들과 연구들,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한 저자의 의견등이 실려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센스캠이라는 휴대용카메라를 이용하면 매일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훗날 내 여자친구가 된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사진을 이 '완전한 기억'속에서 되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보면 큰 흥미를 자아내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별 의미없이 만난 사람의 첫모습을 그누가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훗날 내게 소중한 의미있는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을 되발견할 수 있다면, 생각만해도 무척이나 흥미롭지 않을까요?

저자인 고든 벨이 보여주고 있는 그의 라이프로깅은 현재의 평범한 사람들은 따라하기 힘든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자동적으로 편리하게 되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본인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저자가 말하는 '완전한 기억'이 이루어지는 삶을 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만 있고, 조금의 노력만 있다면 훗날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아무것도 안했을 때보다야 훨씬 더 완전한 쪽에 가까운 기억을 소유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아이폰'을 사고 싶어졌습니다. 2년전 산 휴대폰의 약정기간이 아직 두세달 남아서 그동안 못사고 있었는데, 내일 당장이라도 새 휴대폰으로 바꾸어서 나만의 '라이프 로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듭니다. 그리고 집에 스캐너도 하나 장만해서 그동안 한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한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수많은 옛날의 추억을 머금은 물건, 문서들을 모두 디지털화해서 보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GPS가 내장되어 있는 디지털 카메라도 하나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여행가서 찍은 모든 사진들이 자동적으로 시간,장소가 표시되는 하나의 훌륭한 기억물이 될테니까요...

현재 실현가능한 수단들 중에서는 '센스캠'이라는 기기가 가장 흥미롭습니다. 적외선 열을 이용해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이 기기를 일년만 계속 사용한다면 그 방대한 양의 자료들이 모두다 큰 의미를 주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소중한 기억들을 너무나 많이 만들어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동안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대한 이런 탁월한 식견들을 가진 책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었던게 왠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도 좋고, 자기계발서도 좋고, 영어원서도 좋지만, 의식의 전환을 이루어줄 수 있는 이런 멋진 책을 보게 되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제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청림출판>의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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