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독특한 책입니다.

 

무협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배경이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이고, 보통은 십대나 이십대의 청년이 주인공인데 반해 사십대가 넘은 김강혁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또한 예전이 아닌 현대의 이야기입니다. 일견 주류에서 벗어난 다소 레어한 소재들만 모아다가 만든 무협지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누구라서 무협지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아보았을까요? 무협지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통쾌함에도 있겠지만, 다가갈 수 없는, 현실에서는 아마도 이룰 수 없는 막강한 힘에 대한 동경과 질시, 그리고 소유욕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나이 많은 현대의 한 남성이 기연을 통해 막강한 힘을 얻는다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다른 여타의 소설들에 비해서는 소설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 김강혁은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 셋을 둔,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묘사를 지내기 위해 고향 선산에 가던 중 사촌동생이 무심결에 주운 고철류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끼고, 묵환을 통해 기연을 얻게 됩니다. 이후 룸살롱에서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활극이 벌어지고, 깡치를 통해 불곰으로 불리는 이철웅과 의형제를 맺기도 합니다. 셋째 아들인 산에게 산삼을 건네주고, 자신에게서 아들에게로 건너간 묵환으로 인해 산은 김강혁과 비슷한 괴력을 지니게 됩니다. 집 근처의 사찰에 있던 지심선사를 만나 십사동세를 배우기도 하고, 중국의 트라이어드와 연관된 일로 특별한 팀에 소속되게 된 김강혁. 그에게는 앞으로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요?

 

출판된지 오년이 지났으니 조금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장면들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나 룸살롱에서 아가씨들 이름을 소개할 때나, 아니면 아름다운 여성을 묘사할 때나 지금이라면 잘 모를 수도 있는 옛날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이 나오는 걸 보며, 시간은 참 빨리 흐르는구나 하는 다소 생뚱맞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