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로만 놓고 봤을때, 이야기꾼으로서의 공지영은 괜찮은 작가이다.  영화에서의 주인공과는 달리, 소설속의 주인공은 마냥 착하게 설정되어있지도 않은, 일반적인 소시민이라는 점.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져버린 사건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기득권의 더러운 치태를 보여주어 충분히 공감하고 분노할수도 있는 전개까지.. 난 정말 몇가지 사족만 달지 않았다면 충분히 책에 대하여 박수를 칠'뻔'했다. 그러나 이 몇가지 '사족'으로 인해 책에 대한 진의마저 의심스러워졌다.

 

그 사족이란 바로 무엇이었을까. 바로 중간중간 나오는 공지영의 진영 논리다. 책을 보다보면 주인공들이 판사들이나 장로들을 향해 '보수꼴통'이라는 단어들을 쓰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보면서 굉장히 불편했다. 마치 이 사건의 '악의 축'으로 규정된 집단이 '보수'세력인것처럼 말하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는 '보수'라는 얘기가 튀어나올 이유가 없다. 이 사건과 소설에서의 '악'은 학교 이사장세력과 무진시의 기득권 세력의 결탁이지 '보수'세력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사실 다섯 대사도 안 나오는 이 단어들에 대해서 뭐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현재도 '보수'(자칭 보수라 칭하고 기득권이라 읽습니다.)세력들이 절대악으로 규정되는 실정에서 이런 사소한 암시효과가 무시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을거다. 그래. 다 좋다. 작품의 작가의 마음이니 보수를 쓰든 뭐를 쓰든 상관없다고 치자. 그러나 이 사건은 실화다. 사건의 피해자들을 재조명하고 해당 당사자들을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는데 이 소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데에는 이의가 없으며 칭찬 받아 마땅하나, 실존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지영의 진영 논리가 개입되어선 안 된다는게 내 입장이다. 즉, 작가가 작품에 어떤 정치적 신념을 쓰든 상관없지만, 그것을 넣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넣지 말아야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도가니>가 그런 경우인데, 공지영의 그런 사족으로 인해 실제 피해자들의 보호와 사회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하려는 그 의도마저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공지영의 선의까지는 의심하지 않겠다.) 공교롭게도 인화학교 재단이 가카의 종교인 기독교 재단이니 그렇게 의심되는 건 어쩌면 그렇게 부자연스러운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공지영은 대립 구도가 확실한 작가이다. 그리고 난 이러한 그녀의 진영 논리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항상 여성VS남성, 피기득권VS기득권, 보수VS진보, 노동자VS경영자 이런식으로 구도가 확실하다. 그리고 그녀는 언제나 '선'이라고 생각되는 쪽의 편에선다. 즉 '약자'에 선다는 말이다. 물론 그녀의 이런 행보에 대해서 비난을 가할 생각따윈 없다. 아니 오히려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왜 그녀에게 이골이 난 것일까. 세상은 그녀가 바라보는 것처럼 선을 긋고 판단되어지는 곳이 아니다. 그녀만 보아도 그렇다. 그녀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지만 그 약자의 편에 서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것도 그녀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녀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