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탁월한 능력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이 생생이 살아 있는 이사카 코타로 월드. 이번에 그 무대는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는 도쿄에서 달리는 신칸센 하야테.  그곳에서 각각의 의뢰를 받은 킬러들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모여든다. 이사카 코타로가 만들어 내는 세계는 이사카 월드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 순간, 환상적인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게 된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신칸센 하야테에는 한 조직의 보스의 아들의 구출과 몸값이 달린 가방을 되찾아오는 임무를 맡은 밀감과 레몬이라는 이름의 콤비 청부업자 그리고 머피의 법칙의 산 증인인 불우한 킬러 나나오,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악의를 뿜어내는 중학생 왕자와 그의 마수의 걸려들어 아들의 복수를 하려는 전직 킬러 기무라와 이야기 밖에서 숨어있는 또 다른 킬러들까지. 열차는 움직이는 킬러들의 대결장이다.

  <약 서른 개의 거짓말>과 <바카노>로 열차를 무대로 각각의 이유들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는데, 이 작품도 그에 못지않다. 서로가 자신의 이야기의 주체이면서 퍼즐의 한 조각이기도 한 그들은 서로 부딪히면서 점점 더 이야기를 복잡하게 확장시킨다. 차갑고 날카로우면서도 순박하고 인간적인 일면들이 오고 가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다양한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죽음과 시체가 난무하고 시종일관 긴장감과 블랙유머가 혼재한 열차는 끝을 향해 계속 달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그들의 얽힌 관계들과 이어지는 반전들. 악의와 우연이 빚어내는 광시곡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