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세상에 가장 재밌는 구경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본인이 당사자가 아니라 타자화하여 즐길 수 있는 관객일때 해당하는 말일게다. 본인이 당사자이고 보면 싸움이나 불 구경이 재미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정학적 문제로 우리 민족은 끊임없이 외세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다른 민족을 한 번도 먼저 공격하지 않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배웠다. 일제강점기에서 놓여난 이후 1953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이 정도 되면 전쟁하면 신물이 날 정도가 되어야 하나 아이들의 놀이나 장난감까지 전쟁 관련 일색이 될 정도로 호전적이다. 쳐부수자 공산당, 때려잡자 공산당, 무찌르자 오랑캐..란 구호와 노래를 부르짖으며 자랐다.

전쟁을 겪은 민족치고 반전운동이 활성화되지 않아 의아했다는 식의 글을 어느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바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전국이 울음바다가 된 상황에 북측이 핵실험을 강행하여 분노를 자아내고 있고 남측의 대응은 PSI 전격가입이란 초강수를 두고 있어 남과북의 대결국면이 가속화되고 있어 전쟁보다는 평화의 가치가 그 어느때 보다 소중한 시점이다.

세계사를 뒤흔든 전쟁의 재발견이란 책은 전쟁전문가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군대, 무기, 전투, 군가를 통해 승패가 갈리거나 한순간의 행동(따귀 한대가 불러온 러시아군의 패배)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전쟁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당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그리스의 동성애자로 구성된 신성대,  러시아의 형벌대대, 미국의 흑인부대, 여성 비행단, 재미 일본인으로 구성된 부대, 오늘날에도 여전한 핀업걸 등  일화로 웃고 넘겨서는 안될 것 같다. 자신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다른 부대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도 물러서지 못할 상황이라면..

화학 무기를 개발한 유대인 과학자(사후 자신이 개발한 화학무기로 동족이 학살당한 것을 과연 예상이나 했겠는가), 원자폭탄을 개발한 오펜하이머(청원서에 서명한 아인슈타인), 환각제를 먹고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들(최근까지도 미군들이~~), 기관총의 개발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대형화되는 전투함, 전투식량의 역사(순대가 몽골의 전투식량), 잊을 수 없는 씨레이션, 건빵의 추억까지.. 이 정도 되면 전쟁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문제로 객관화하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동서양 세력의 격돌(십자군전쟁, 몽고군) 러시아와 독일, 한니발과 로마,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잔혹한 학살에 이르면  전쟁에선 승리하기 위해선 그 어떤 행위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된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국가 라마 세예즈에 담긴 의미, 켈트인의 독립정신이 깃든 노래, 줄루족을 학살한 군가, 흑인 노예의 해방을 위해 목숨바친 급진주의자를 노래, 전쟁광을 양성하는 라이저 위에 피, 발라드 오브 그린베레, 파리 꼬뮌과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세력을 다시보게 하는 벤세레모스에 이르면 전쟁보다는 평화.."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라는 손무의 말을 전세계의 위정자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지상의 평화가 오지 않을까?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다녀오는 군대, 그래서 더 호전적일 수도 있는 나라! 휴전상태가 아니라 싸움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낭만적으로 전쟁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군대 이야기 평생간다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라는 레온 트로츠키의 말처럼 전쟁이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발발한다면 싫든 좋든 자신은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되고야 만다.

동족산잔의 전쟁의 포화가 그친지 반백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남북이 대치중이고 그 전쟁으로 피해당사자가 없는 집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참혹한 전쟁을 치뤘음에도 호전적인 대한민국! 웰컴투 동막골의 순박하기 그지없는 법 없어도 살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 전쟁은 결사 반대다.  그 어떤 전쟁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확고해진다.

* 전쟁어록중 346쪽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동원 군인이 미군 250만명을 포함 총 350만명이 동원된 작전이었다는 참전군인수가 부풀려졌거나 연인원이 아닌가 싶다.

책에서
칠레 만세! 인중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저의 마지막 말입니다. 저의 희생을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머지않아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위대한 길을 열 것이라고 여러분과 함께 믿습니다. 그들은 힘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력이나 범죄 행위로는 사회변혁을 멈출 수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이며, 인민이 이뤄내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자유롭게 걷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역사의 큰 길을 인민들의 손으로 열것입니다.(칠레 아옌데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중에서 3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