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책의 분위기는 우리에게 인식되어진 단어의 색깔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우리의 현재 모습도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가 우리의 이미지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니,   어느 순간 가만히 생각하니,   그 계기가 사진 한장이든  음악이든 다시 찾게 된 장소든  색깔, 내음, 누군가의 죽음이든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되감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자신의 생을 되돌리며 회상하게 되었을때 끄집어내는 기억이라는게 무엇이냐에 따라 지난 생의 날씨는 달라지나 보다.    

책속의 주인공들이 우리처럼 지금 시점에서 지난날을 어떤 계기를 두고 끄집어 낸다.   특이하게 여기 모은 단편집의 인물들은  순서가 없이 그 기억이 옮겨 다녀 상황을 맞춘다.    우리가 우리 생을 반추했을때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하지만 이상하게 혼자, 혹은 타자가 그 상황을 자신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도 위치와 자신이 가진 용량에 의해 여러가지 관점을 가질 수 있기에 우리의 기억들은 이리저리 뒤섞여 뒹굴게 되곤 한다.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살아왔음에도  그 시간이 축약되어 시간안의 상황들을 거의 모든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어느 시간에 교차했던 알았던 사람들과의 시간의 띄어넘어 훗날 만남에서 우리는 의심없이 그 사람을 그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있는지 그 역시 우리의 기억만큼이나 타자에 대해 모호성을 품지 않는다.

지금에서 믿을 수 없는 기억을 끄집어내어 말할 수 있는 것에 따라 지금, 앞으로의 우리의 생의 날씨의 예보가 되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축약된 시간속에 희로애락이 있었을테고 그것을 수용하는 주체인 자신이 어떻게 변이시켰을지에 따라 인생은 여러가지 날씨를 뿜어낸다.   책속의 주인공들의 날씨는 대다수가 흐림처럼 다가온다.   채워지지 않는 존재를 이야기 하며   잃은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고 물리고 물리는 불가항력을 이야기 하는 것같고 죽음을 비추고  생의 상냥함보다 생의 친절하지 않음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웨하스>편만 빼고 그 흐림속에서 구름을 비집고 나오는 행복한 한때, 한순간의 빛을 보여주지 않는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생에 가장 좋았던 시절,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불러내는 그 온전치 않은 기억이 대체로 고통스럽고 슬프고 악한 사람을 망각의 강으로 떠나보내 덜 힘들게 살아가도록 하는  그 기능만큼 우리의 생에 우호적이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 하는 것은 잃은 것이 될테고 화자이 나라는 실체를 거점으로 한다면 채워진 부분이 아닐까)

책은 독자를 위해 친절하지 않다.   우리의 기억력이 그러하듯.    책을 만나다 보면 시간을 같이 하든 하지 않든 건너뛴 타자만 모르는게 아니라 그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기억나는게 정확하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나의 "정신","기억"이라고 하는 것들은 더더욱 모르는 것이 되어버린다. 


책이 자신의 언어로 말을 한다. 
나도 내가 좋았던 시절, 행복했던 순간을 토대로 오늘 나의 생의 날씨를 전환해본다.  
시간은 잃어가 기억력은 허락되지 않는 신비에  내가 채워지기를 바라며 지금을 말하는 날씨가 대체로 흐림이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