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제주도,호주,뉴질랜드,푸켓,발리,산호세,마나가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수 있을까. 정답은 모두 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내가 가본 섬이기도 하다. 여행을 간곳과 살았던 곳이 섞여 있기도 하고 한번 간곳과 여러번 갔던 곳이 섞여 있기도 하다. 어디 갈래 하고 물어보면 여행 가는 장소로 섬을 꼽곤 하는 이유가 육지와는 떨어져 있다는 점이 나름 안도감을 준다고나 할까. 물론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경우는 섬이라고는 해도 나라 전체가 한국보다도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섬이라는 의미 보다는 그냥 하나의 나라로 취급된다 할지라도 바다가 근처에서 보인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하나의 섬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도 많은 섬들이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제주도나 울릉도 독도를 떠나서 한려수도에는 수많은 무인도들도 많다고 한다. 가끔 어떤 프로그램에서 무인도가 나올때마다 나도 한번 가봤으면 하고 생각하는 적이 있긴 하다. 실제로 가게 된다면 괜히 왔어 하겠지만 쉴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 있고 전기가 들어오며 그러면서 사람이 없는 섬이라면 가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섬에 관해 이렇게 사설이 길었던 이유는 이책의 배경이 섬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쓰는 언어로 볼때는 제주도가 연상이 되어지고 본문 속에서는 땅끝섬이라고 불리워진다.

 

섬섬옥수... 이렇게 붙여서 읽으면 정말 이쁜 손을 연상케 하지만 제목 그대로 '섬,섬옥수'이렇게 끊어서 읽으면 섬과 그 섬에서 살고 있는 갇힌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바뀌어진다. 작가의 제목 짓는 참신함이랄까. 처음에 제목만 보고도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감옥을 나가면 탈옥수, 기한이 없이 계속 머무르면 무기수, 오랜 기간 머무르면 장기수, 바른 생활을 하면 모범수. 그렇게 다 갇힌 사람들을 부르는 말인데 이 책에서는 섬옥수라는 표현을 써서 섬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감옥과는 다르게 그들은 언제든 그들이 원할때면 나갈수도 들어올 수도 있는 자유가 있지만 그것 또한 자연의 이치에 맡겨야 하기도 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아이를 낳으려는 급박한 상황이 생겨도 바다에 바람이 심하게 불고 폭풍이 몰아치고 파도가 높으면 그들은 나갈 수 없는 섬옥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또한 육지에서의 힘든 일 때문에 일부러 섬에 들어와 섬옥수가 되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과연 섬옥수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언젠가는 이 섬을 떠날 섬옥수로 남아 있을 것인가.

 

작은 섬이지만 그들만의 세상에서 저마다의 잇속을 챙기고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좁은 장소에서 부대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대낌이나 권력 남용이나 하는 것들은 육지의 어느 곳보다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무슨 회장이라는 사람은 회의를 열어서 자기 편한대로 법을 고치기도 하고 그러는 것을 볼때 사람 사는 곳은 어디서나 다 매한가지라는 생각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글에서는 주인공을 따로 내세우지 않고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을 한명씩 조명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섬,섬옥수라는 명칭에 1,2,3 이런식으로 죄수번호 세우듯이 번호를 붙이고 각기 그들의 이야기를 늘어 놓고 있다.

 

남편과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섬에 들어오게 된 그녀, 자애. 그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로 서서히 옮겨 가던 이야기는 그곳의 횟집 주인의 이야기가 되었다가 물질하는 해녀 할머니의 이야기도 되었다가 전 경찰소장의 이야기도 되었다가 결국은 시간이 지난후 다시 그곳을 찾은 그녀, 자애의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저마다 살아 오면서 인생살이 한자락씩 없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더군다나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 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아주 오래전 보았던 영화 제목이 생각난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그 구절.' 그 섬에 가고 싶다' 솔직히 땅끝섬, 이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마도 섬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서 그런가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섬을 가지고 있다라는 박경리 선생의 작품 '표류도'가 생각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