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특성 때문인지도 무르겠지만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는 유독 한국작가의 책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그래서 한국작가의 글을 잘 보지 않는 나도 덕분에 많은 여러 책들을 접하고 있다. 그중 이름도 알고 있고 다른 작품을 읽지 않았던 작가들중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그 작가에 대해서 관심이 가고 또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반면에 그래 한국작가가 다 일허지 뭐 하면서 조금은 실망스러운 느낌으로 읽게 되는 책도 있다. 누군가는 그러면 너가 써보라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입장으로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소리다. 실제로 무언가 한편의 글을 쓰려고 마음 먹었을때 네 페이지 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어서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이 책은 한국작가가 한국인 독자를 겨냥하고 쓴 글 같다. 일단 주인공이 도깨비다. 우리나라 문학작품들이 간간히 번역되어 외국에 소개되어 지는 것을 볼때 뿌듯하기도 하지만 정작 얼마만큼 번역이 잘 되어 있을까 걱정도 되는데 이 책처럼 도깨비가 주인공인 경우에는 온전히 한국어를 이해하는 독자들만 그 재미를 느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주인공 공윤후가 연관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이 공윤후라는 존재는 도깨비이다. 그 이야기가 마무리 되면 회화나무인 활과 주인공 도깨비인 윤후와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는 그런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바닥에 이상한 파란색 무늬의 도안을 가지고 마술을 부리는 마술사로 알려진 공윤후. 여자들은 그를 만나면 모두가 다 사랑에 빠진다고 하고 남자들은 좀체 그를 만날수 없다고 하는데 그의 정체는 그냥 오래된 도깨비일까 아니면 또 그 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전체의 이야기가 다 연관성 있게 흘러가지만 두번째 이야기인 '금이 변해'는 약간 튀는 듯한 느낌도 든다. 뒤에서 읽다보면 모든 이야기가 다 연결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병구는 어렸을때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와 단짝이다. 큰병구와 작은 병구중에서 작은쪽이었던 그는 전공을 살려 학원에서 일을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질려버린 학원을 떠나게 되고  전혀 상관없는 미용업에 종사하면서 같은 건물의 약간 다리를 저는 멋진 미술강사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 고백은 못하고 그 주위를 맴돌기만 하는데 그러다 공윤후라는 마술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도움을 빌려 그녀의 마음을 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그 마술사는 좀처럼 만날수가 없고 결국 그의 주소지로 알려진 곳을 찾아 찾아내려고 하지만 만날수 없고 결국 포기하려는 순간 그를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과연 병구는 그 여강사에게 고백을 할수 있을까. 그들은 잘 이루어질까. 마술사 공윤후는 어떻게 병구를 도와주게 되는 것일까. 모든 여자들이 다 한번 보면 빠져버린다는 공윤후에게 미술강사를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전체 이야기에서 약간은 별개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나중 이야기와 연결된다. 별거 아니리라 하고 생각했던 여자강사가 마지막 이야기인 '그와 그녀와 그것들의 이름'편에서 다시 언급되어 진다. 읽다보면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앞에서 약간씩 모자라게 이해되었던 부분들이 뒤로 가면서 점점 그 부분들이 채워지면서 완전히 이해할수 있게 된다.

 

도깨비를 소재로 한 만큼 중간중간에 참고로 한 옛자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도 참 해학이 많은 사람들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고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 만나지는 도깨비는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멋진 모습을 하고 다니는 도깨비라면 왠지 어울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현대적 도깨비의 재해석. 진부한 소재를 재미나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