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도 살아 있어?

그럼... 살아있는 걸...

우리가 먹은거야?"

작은앤, 기겁을 한다.

 

"알도 감기 걸리다니...

그래서 부화가 안된거야?

아픈데 약도 못 먹고

앓다가 그냥 죽어서?"

큰앤, 대단한 발견인 모양이다.

새끼가 나오지 못한 알은

아파서 썩은거라니...

 

도대체 무슨 알이길래 덩달아 감기가 걸렸을까? 그 의문을 안고 펼쳤다.

"알은 아파도 서 있겠네? 누으면 데굴데굴 구르잖아~"

"야~ 알 집을 만들어주면 돼지, 폭신폭신한 알 침대!"

 

 

얼굴이 파래졌다. 으슬으슬한게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모양이다.

엄마한테 들키지 않으려 했지만 낯빛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쫓겨났다...

 

병원으로 가는 길이 재밌다.

'분명히 주사 놓으려 들거야' 뾰루뚱해져서 야옹이랑 멍멍이한테 화풀이하고

공원을 가로질러 병원에 들어서려는데 담벼락에서 동그란게 움직이지 뭔가! '널 좀 보라고?'...

 

알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왜 커져? 그럼 알이 아니라 알처럼 생긴 동물였던거야?'

'바람 빠진 풍선 됐어. 얜 이상한 알이야~' 알의 변화가 믿기지 않을만큼 웃긴다.

 

 

빽~ 소리치는 엄마는 경찰보다 더 난폭하다.

화내는 엄만 사정없이 끓어대는 주전자 같이 곧 터져 버릴 것 같다.

드르렁~ 나 대신 모든 걸 앓아줬던 알은 피곤에 쩔어 골아떨어진다.

 

알한테 옮길 생각은 없었다, 낯빛이 파래지도록 지독한 감기를 알한테 쏟아부을 마음 따윈 결단코 없었다.

그냥 따뜻하게 품어 주려던 것뿐였는데, 알이 나 대신 새파래져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바락바락 잔소리 치는 엄마의 화도, 두드러기도, 기침도, 얻어 맞아 생긴 혹도, 난처한 방귀도...

모두 알이 대신 가져갔다. '앗싸!'

 

 

"얜 알이 아냐, 알이 이럴 순 없어. 하늘나라에서 쫓겨난 천사 아닐까?"

"오, 그럴 수도 있겠다. 사람들한테 두렵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가장 평범한 알로 위장한거야!"

 

그런데 나쁜 기운을 너무 가져간 탓일까? 갑자기 알이 커지기 시작했다.

"터질 것 같아~"... 떼구르르 피식~

"에게, 알 새끼는 알이야?"... 깔깔깔 까르르~~

"바람처럼 알이 빠진거야, 엄마도 그랬어?"... 슈우웅 번쩍~~~

 

 

가끔 바랜다, 지금 내게 일어난 나쁜 일이 가장 최악이기를, 이걸로 모두 액땜 했기를...

하지만 삶은 내 맘을 조롱하듯 나쁜 일들을 덤태기 씌운다.

그 숱한 고비가 나를 짓누르며 억압하고 강탈해 못 살듯 몸부림 치지만 

그런 고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누림을 행복하다 여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발견한 알의 특별한 힘을 사용면서 내가 행복하고 편안해 질 수 있었듯이

나의 불편하고 힘든 마음을 내 마음 한켠으로 흘러 버릴 수 있으면,

부정의 고리를 떼어내고 긍정의 고리를 연결시킬 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알의 힘이 아녀도 훨씬 편안하지 않을까...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