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를 거쳐 작가로 데뷔..

1999년에 <천년후에> 2001년에 <해바라기> 2002년에 <마지막 소풍>를 발표했지만...
독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2004년 7월에 발간된 <다빈치코드>가 전세계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팩션소설의 열풍에 몰아 넣게 되자...

다른 작가보다 발빨랐던 이정명작가의 행보....

 

2006년 한글 창제를 둘러싼 집현전 학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뿌리 깊은 나무>라는 
한국형 팩션 소설을 발표 했다...(현재 드라마로 방영 중~)

낯설지만 독자들이 기다리던 한국형 팩션소설이라는 특성에...
작가의 주가는 비약적으로 상승가를 때리게 되고...

여세를 몰아 이듬해인 2007년 <바람의 화원>이라는 제목으로 두번째 팩션소설을 발표했다..

화재를 낳으며 인기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된 <바람의 화원>....
드라마로 제작되어 TV로 방영하기도 했다...

 

 

팔도의 난다긴다하는 화원들이 모여든다고 하는 도화서....

그렇게 모기떼처럼 모여든 사람들 중....30명만이 도화서 화원이라는 감투를 쓸 수가 있다...

겉에서 보면 평범하게 그림만을 그리는 곳 같지만
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림보다는 권력과 부의 축척...개인과 가문의 영달에만 여념이 없는 곳...

그것을 위해서라면 피냄새를 맡은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방해가 되는 경쟁자를 물어 죽일 수 있는 곳...

권력을 지탱해주고 안정된 삶을 영위케 해주는
규범과 틀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이 모인 곳이 도화서다...

 

천재성....

도화서에 있는 권력자들에게 이것은 규범을 어기고 틀을 깨고 위계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위협일 뿐이다.

그래서 천재성을 지닌 자가 등장하면...
그들이 정한 관념과 규율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흠집을 내고 제거하려 한다....

자연스레  타고난 천재적인 감각은 무뎌지고 변화를 꾀하는 재능은 힘을 잃는다...
그들만의 견고한 올가미에 결박을 당한 것이다...

 

신선이 내려와 화원이 되었다는 천재화가 김홍도....

그도 도화서 안에서는 단순히 한명의 생도청 교수이자 외톨이일 뿐이다...

그들에게 침식당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피신처....생도청

권력을 못 누리기에 모든 화원들이 기피하는 자리...
큰 실책이나 과오를 져지른 자가 징벌 차원에서 쫓겨오는 경우가 많은 이 곳... 

김홍도는 칼끝같은 그들의 눈초리와 올가미를 피해...이곳에 자리를 틀었다...

도화서의 틀에 아직 물들지 않은 어린 생도들을 가리킨다는 것을 개인적 위안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터득한 것이 있었으니..

자신의 세계를 잃지 않으면서 양식을 받아 들이는 온유함과 거부하고 싶지만 한쪽 문을 열어주는 관대함.

받을 것은 받고 줄것은 주는 균형감각...조직은 경멸하면서도 그 결정에는 존중할 줄 아는 현명함...

이 부러지지 않고 휠 수 있는 유연함이
천재성을 향해 날카롭게 칼끝을 겨누고 있는 도화서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했으리라...

그런 그가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는...자신을 능가하는 천재 신윤복을 만나게 된다.

 

 

도화서의 규정된 틀을 거부하고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천재 신윤복...

간단하면서도 안정적인 구도...
편안함을 자아내지만 대담한 색의 조화...
세필로 만들어 낸 살아 움직이는 듯한 묘사....

천재 화가 김홍도를 감탄하게 만든 천재성을 지닌 아이...

형태가 아니라 혼을...겉모양이 아니라 내면을...
양식이 아니라 마음을 그리고 싶어하는 윤복은 도화서 생활이 맞지 않는다...

아버지 신한평의 뜻에 따라 생도생활을 하고 있지만...언제든 도화서를 뛰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쫓겨나더라도 도화서에서 나가기를 원했던 윤복....

그래서 그런가 외유사생이라는 수업에 과감히 도화서에서 금기시하는 여성을 중앙에 놓고 그린다..
[기다림]

발칵 뒤집힌 도화소....

감히 외유사생에서 춘화를 그리다니....
춘화를 그린 생도를 찾기 위해 생도청 교수인 김홍도가 나서게 되고...

춘화를 그린 생도는 도화소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요...치도곤을 당하는 것은 자명한 일.....

 

신윤복의 솜씨임을 단번에 알아챈 김홍도는 신윤복을 감싸게 되고...

신윤복 형인 신영복이 자신이 그 그림을 그렸다고 거짓 상소를 올리게 되면서
신윤복을 화를 피하게 된다...

 

 

 

 

파격적인 색채로 단오날 아녀자들의 모습을 그린 <단오풍정>으로 당당히 도화서 화원이 된 윤복...

도화서 모든 화원들이 춘화라고 비난하며 내치려 하지만....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내 너를 뽑은 것은 나를 위해...이 나라를 위해... 
 이 좁디좁고 거짓 상소가 난무하는 궁궐을 벗어나. 더 큰 그림을 그리게 하기 위함이니라..."

 백성들의 삶을 내 눈으로 보고 싶다...  
 백성들의 생활이 녹아든 저작거리와 들판과 기방과 주막를 비롯...백성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오라!"

 

이 말의 속뜻을 알아챈 김홍도와 신윤복.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이 한마디는 선대왕 시대와의 단호한 결별선언이며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의미다...

권력을 유지하려는무리들의 궁중모략으로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처럼 죽을까 조마조마해 하면서 실낱같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웅크리며 살아와야 했던...

한 청년 왕의 응어리진 선전포고라는 것을...

 

그렇게 김홍도와 신윤복은 주상의 명을 받들어 서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 바치게 되는데...

  

 

  

" 같은 화제이지만 극명하게 대조되는 그림이구나...단순한 먹선의 멋과 화려한 색채의 멋이라..."

 

 

  화려한 꽃잎으로 보아...이 그림은 오후 한나절에 그린 것이로구나............???
  어허...이런이런....별감과 나장이 대낮부터 돈 많은 한량들을 끼고 술놀음이라니....
  이것이 나라의 녹봉을 받는 자들이 할 짓인가!!!"

  여봐라~~게 아무도 없느냐!!!!"

 

이 때부터 주상께 올리는 신윤복의 그림에 따라...
관가는 물론, 도화서...기생집까지 정풍의 회오리가 몰아치게 되니....

이유도 모른채 회오리 바람에 타격을 입게 되는 권문세도가들...
이 원흉이 신윤복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니...

신윤복 그의 앞날은 어떤 가시밭길이 놓일지.....

  

  

 

 

원작인 소설에서의 중요 인물은 김홍도와 신윤복...그리고 김조년이다...
정향을 비롯한 나머지 등장인물은 모두 조연.....

상권에서는 김홍도와 신윤복이 그림대결을 하면서 어진을 그리고...도화서에서 쫓겨나는 것까지...

4년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시작되는...하권에서는 김조년의 화인으로 그림을 그리는 신윤복과 
십사 년 전 사도세자의 어진에 얽힌 도화서 살인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신윤복申潤福. 자 입부笠父. 호 혜원惠園, 고령인.
부친은 첨사 신한평申漢枰, 벼슬은 첨사..풍속화를 잘그림..신한평은 화원..

 

역사서에 이 한줄밖에 언급이 안된 신윤복을 가지고 이런 소설을 썼다니....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그림에 의미를 부여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낸 능력에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짝짝짝~~~~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과 풀어놓은 해석에...글 읽는 내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했다...
개인 큐레이터를 붙여주는 미술전시관에 온 기분이랄까??

소재 발굴과 스토리 라인을 잡은 작가의 상상력에는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을 본다면 글쎄다~~~다...

 

우선 글의 흐름이....사건(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눈에 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정헌세자(사도세자)의 어진에 얽힌 도화서 살인사건....
이야기의 중심 축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이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수면 위에 깔아놓은 상태에서 글이 진행되어야 정상일 텐데...
어느 순간 이 중요한 축이 갑자기 물속 깊은 곳으로 쑥~ 가라 앉아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느덧 중요한 축을 담당해야 할 주제는 독자의 머리속에서 아예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 생뚱맞을 정도로 갑~자기...불쑥~하고 고개를 내민다...."아그... 깜짝이야~"

이런 상황이 계속적으로 반복이 된다...

 

의도적으로 두가지 상황을 번갈아가며 썼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으로 본 하나의 시점이라 여기에 해당이 안된다.

이러다 보니...몰입도가 떨어지고...글의 주제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내가 무슨 소설을 읽는지 헷갈리게 된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인지...평전을 읽는 것인지...전시회 팜플렛을 보는 것인지...

 

 

똑같은 맥락으로....첫번째 이유가 작용했겠지만....글의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다...

하권 끝부분에서... 모든 것을 건 김조년 vs 김홍도/신윤복의 간의 마지막 그림싸움에서만 
땀나는 손을 꽉 쥐며 속도감있게 읽었을 뿐...

상권과 하권 중간까지 이야기 진행은 좀 지루한 편이다...(나만 그런가?)

 

특히...정조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김홍도와 신윤복간의 그림대결...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나 과정은 전부 생략한 채...그져 완성됐다~하고 그림을 들고와 해석만 해대고 있다...

(더 재미와 흥미를 줄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그것도 적당한 선에 마무리하고 끝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주야장천 계~속 나온다.....

 

정조가 목적을 가지고 행하던 그림대결.....

신윤복이 갓 화원이 된 시점에서(상권 처음부분)시작했던 것이....
윤복이 사고를 치고 도화서에서 쫓겨나고....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김조년의 개인화인으로 들어간 후에도...

생뚱맞게 계속되고 있다는 밑도끝도 없는 설정에...뭐야~~

이야기 진행에 필요해서 그림대결을 끼어 넣은게 아니라....
어렵게 구한 그림...남겨두기가 아까워...다~쓸때까지 억~지로 삽입한 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한가지 더 아쉬웠던 부분....

윤복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희생하던 영복.....

상권에서 나름대로 조연으로 비중있게 등장하던 영복이었다...
그랬던 그가 윤복이에게 색을 만들어 주고나서 소문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잘살았다...죽었다....이렇게 한마디 안부도 없이 사라질 인물이 아니었는데....신경 좀 써주시지~

 

 

 

원작에 비하면 길게 늘여 자세히 다룰 수 있는 드라마는 정말 완성도가 높았다...

부족한 부분을 꽉꽉 채워넣어 훌륭한 마감을 선보여 원작보다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으며...

원작에 없는 노론 벽파를 등에 업은 정순황후와 정조간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이야기에 재미와 흡인력을 더했다...

여기에 사건의 무게를 맞추기 위해 자잘한 사건들로 듬성듬성 빈 공간을 꽉꽉 채웠으니....

70점짜리 원작을 90점이 넘는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