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읽기전에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많이 공감했었다. 내 주변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공감했었다.

내 친구 A이야기, 내 지인 B이야기, 내 후배 C이야기가 녹아 있는 이야기였다.

김지영씨가 너무 A+B+C를 모아둔 심하고 심한 인생을 살고 있어서 문제였지만..

그리고 만나게 된 [현남오빠에게]

솔직히 조남주 작가 하나 믿고 선택한 단편집이었는데, [현남오빠에게] 속 강현남이가 난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다.

10년을 아무말 안하고 따라만 주던 여자가 갑자기 이별편지와 함께 잠수라...

현남이가 너무하기도 했지만, 싫은 표현을 하나도 하지 않은 그 여자도 난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이번 책, 어찌될까... 

신간이라는 기대감과 페미니즘 표현에 대한 걱정이 공존했다. 다행이었다. 한번은 돌아봐주고 생각해 줄 그럴 이야기들이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평생을 산 순종적인 어머니, 이혼한 언니, 이제 결혼 생활을 시작하려는 동생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첫 딸이 결혼을 실패한 것마저 자신의 업이라고 생각하고 자책하는 어머니가 안쓰럽고

중간다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남편때문에 이혼한 언니가 딱하고

이제 곧 결혼할 예정인데 이미 시월드가 열린 것 같은 동생이 걱정되었다. 물론, 잘 해내겠지!

 

직장에서 성폭력을 당했으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게된 여자직원

슈퍼맘이 되어야 만 하는 직장여성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나가는 어린 여자아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녀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했다. 소중한 그녀의 이름을 알리려고 나온 셈이다.

 

제일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황혼육아를 하는 어머니 이야기였다.

자식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자식의 자식을 봐주기로 하셨지만, 본인의 인생은 온데간데 없고 아이들이 치여사신다.

먼저 보낸 남편을 그리워하며, 좀 편하게 즐겁게 누리며 살꺼라고 생각했던 노후가

집앞 공원도 마음 편하게 못 갈 형편이 되어버린 어머니셨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라 딸의, 며느리의 일을 응원하지만... 어머니에게도 휴식은 필요한데...

 

[82년생 김지영]처럼 내 주변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여서, 꽤 공감하면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