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고전 소설을 읽다 보면, 처음엔 불우했지만 결국엔 행복하게 끝나는 해피엔딩이 많다. 특히 청소년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읽어오고, 항상 그 내용에 빠져들어 끝나는 것이 아쉽고, 아쉬워서 그 뒷 얘기를 혼자 상상해가면서 여운에도 충분히 빠져들곤 했던 것 같다.
비밀의 화원은 어릴 적 텔레비전 만화 시리즈물로도 나온 적이 있었고, 책도 아름다운 꽃 그림 가득한 삽화가 있는 것으로 읽어서 항상 아름답게 기억하는 책이었다. 요크셔 방언이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어쨌든 이번에 완독하게 되었다. 사실 귀족인 매리나 콜린 둘 다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사랑받지 못했던 불쌍한 아이들인데,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잘 자라는 디콘이라는 매력넘치는 소년의 도움을 받아 콜린 엄마의 비밀 화원을 몰래 가꾸고, 행복해진다는 그런 이야기인데, 그리고 그 당시 있었을 법한 인도에 대한 환상, 과학이나 마법에 대한 신비에 대한 버넷 여사의 관심도 어렴풋이 읽을 수 있기도 했고, 어른스럽고 기특한 말을 하는 아이들의 말들이 교훈적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재미있기도 했다.
하루종일 힘들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다가도 오늘은 어떤 일이 책 속에서 벌어질지, 어떤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가 기대되어서, 혹은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처음 몇 챕터를 제외하고는 계속 읽다보면 얼굴도 펴지고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정말 밝고 따뜻한 초봄이나 초 여름의 햇빛 같은 기운이 넘치는 책이다. 폴리애나(Pollyanna) 만큼 그냥 무작정 기쁘다고 외치는 책보다도 더 알게 모르게 명랑한 기분이 들어서 읽는 내내 좋았다. 요즘은 이런 책들이 자꾸 읽고 싶다. 그냥 명랑하려고 노력하는 책이 아니라, 읽다보면 재미도 있고 기분도 좋아지는 책. 이런 책이 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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