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소설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한 추리소설 쪽은 아니었다. 그냥 불륜과 살인을 주제로 해서 전혀 행복하지 않게 산 연인 이야기다.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보다 아서 코난 도일이나 체스터턴의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어릴 때 고모네 집에 맡겨져 병약한 고종사촌과 결혼한 떼레즈는 남편 카미유의 친구 로렌트와 바람이 난다. 로렌트에게 남편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그말에 로렌트는 살인계획을 하고, 일을 저지른다. 카미유는 옆에서 구경하고 카미유의 살려달라는 말을 외면하는 방식으로 동조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어릴 때부터 카미유와 한 침대를 쓰고, 아프거나 아픈척하는 남편 때문에 외향젹인 면을 많이 죽이고 살아왔고 항상 참고 견뎌야 하는 떼레즈 입장에서 사실 로렌트가 아니었어도 외도는 일어났을듯 하다. 로렌트 입장에서도 떼레즈에게 사랑을 말하고 열정적으로 행동하면서도 '떼레즈가 예쁘지 않았다. 코가 길었다(울적해보였다?)'는 묘사를 하는 걸 보면 잠깐잠깐 로렌트는 왜 친구 부인을 만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그러니까 어쨌든 두 사람이 잘 된다 한들 오래가지 못할, 그런 관계였을 것 같았는데 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사랑에 눈 멀어 엄한 사람 하나 시체로 만든 거다.

두 사람은 살인 이후 매일 악몽 속에서 살게 된다. 밤에는 떼레즈와 로렌트 사이에 죽은 카미유가 누워있는 환영을 보고, 서로가 서로를 신고하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그래서 더 헤어지지 못하고 서로를 감시하게 된다.  또 함께 살면 서로가 환영을 보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해서 결혼한다.

로렌트에게는 결혼의 이유가 더 있다. 카미유의 자리를 차지해 라깽 부인의 재산을 타먹을 생각.. 직장을 관두고 놀고먹을 생각.. 이런 생각을 하는데다 툭하면 서로 환영이 보여 힘들어 하면서도 떼레즈에게 다 너 때문이라며 두들겨 패는데 짜증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떼레즈는 떼레즈대로, 중풍에 걸린 고모 앞에서, 반복적으로, 이렇게 이렇게 우리가 카미유를 죽였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속죄할게요, 뭐라고요? 용서해주신다고요? 고마워요. 하는 식으로 북치고 장구치고 분노에 이글거리는 고모의 눈도 눈치 못 채고 고모에게 안기고 키스하고 그러고 산다. 매일. 손이라도 성하면 두 사람을 복수하리라 칼을 가는 고모에게, 매일. 매일같이.

그래서 고모는 떼레즈가 맞을 때, 괴상한 행복감으로 열정적으로 구타당하는 걸 보고 즐기기까지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결국 로렌트가 때리는 건데 왜 그걸로도 즐거워하는 건지 좀 끔찍하게 느껴졌다.

각자의 입장이 조금씩 소설의 테두리 안에서 이해는 가지만 결정적으로는 그 뼛속까지는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은 불행과 어둠의 극단을 그린 것 같다. 그래서 괜히 마음이 찝찝하고 어두워지는 듯 하다.

 

에밀 졸라의 나중 작품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살짝 나는 사실주의보다는 공상적이거나 판타지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요정이나 유령나오는, 'ㅁ' 그런 얘기를 더 좋아하는 거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