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참 곤혹스런 책이었다. 일단 읽혀지지 않는 것이 하나이고, 하필이면 읽는 중에 심한 몸살을 앓은 것이었다. 글의 내용과 비슷하게 나도 '-앓이'를 한 것인가? 황금가문비나무가 잘리울 즈음, 나도 아팠다.

      내가 북아메리카에 태어났더라면 훨씬 쉽게 읽혀지지 않았을까 생각했고, 마흔을 바라보면서 아직 그곳을 가보지 못함이 한스러웠다. 내게는 생소한 내용들이 초반에 전개되기 때문에 그곳의 지리를 조금이라 이해하고자 지도책을 쳐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장을 덮을 즈음에는 그곳이나 이곳이나 사람이 사는 곳의 이야기는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부분의 이야기는 뒷부분을 이해시키고자 필요한 기나긴 역사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들은 벌목자들의 생을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단지 육체노동자인 자들, 하층인자들, 자연을 파괴하는 자들로만 기억할 수 있는 그들에게 우리는 조금은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나무가 자라는 데 800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나무를 숲 바닥에 쓰러뜨리는 데는 25분이 걸립니다. 슬프지만 그것이 생업인 걸요."라고 말하는 그들의 처절한 삶이다.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는 더 짧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 벌목자들 중 한 사람에게 이야기의 초점은 맞추어지고 있다. 바로 그랜트였다. 훌륭한 벌물꾼 그랜트! 하이다 족의 수달 산업과 대등하게 비겨지는 그랜트의 대량적인 벌목 과정이 계속 이야기 속에 잔잔이 펼쳐진다.

   그러면서 천천히 키가 건물 16층만큼이나 크고, 둘레가 6미터가 넘는 (상상이 안 되는)황금가문비나무가 등장한다. 원래 가문비나무는 그다지 가치 없는 나무로 베어내는 일이 있다고 하면 삼나무의 길을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초창기 비행사 설계사들이 그 나무를 발견하면서 그 나무는 비행기 날개와 동체를 만드는 데 훌륭한 재목이 되었다고 한다. 그중 변종으로 잎이 노란 황금가문비나무는 하이다족에게는 영혼을 상징하는 나무라는 전설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만약 숲 속에서 내 힘으로 나올 수 없다면, 나는 나오고 싶지 않다'던 그랜트는 전설의 황금가문비나무를 살해하게 된다. 사람들이 수많은 벌목을 하면서 그 나무를 외경시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왜 그 주변의 나무들을 보지 못하는가! 날마다 잘려나가는 수많은 나무들을 지키려 하지 않는가! 그는 법정에 나가고자 했으나, 웬일이지 도망자의 길을 선택한다. 경찰과 사람들은 그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이야기의 끝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그가 도망 중에 남긴 기록들은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만약 당신의 창조가 지닌 본래 '의도'가 존중에서 증오로, 공감에서 억압으로, 관용에서 탐욕으로, 존엄에서 모독으로 명백히 뒤틀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이다 족은 자신의 땅에 있던 영혼의 상징에게 일어난 일을 가만두지 못하고, 사람들은 그 일로 인해 돌연변이인 그 나무를 살리기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나무는 무성이었다. 그래서 세계의 몇몇이 모여 접붙이기로 후세를 잇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접붙이기는 상처난 두 곳을 붙여 하나의 초목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랜트가 잘랐던 나무는 자신이 배양목이 되어 그 몸통 줄기는 어린 묘목들의 부드러운 털로 덮였다고 하니, 그랜트가 아니었다면 황금가문비나무의 연구가 계속 이어졌을까?

    우리는 나무와 숲으로부터 좋은 것들을 얻어낸다. 나무는 늘 우리에게 주는 존재였다. 또한 나무와 숲이 만드는 평화와 고요함까지 피난처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숲은 무자비한 경쟁적인 곳이며, 나무는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생사를 가르는 투쟁에 있다고 한다. 천년간이나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서서 바람과 불과 홍수와 진진들을 견뎌냈던 200톤짜리 나무가 한 시간만에, 고작 세 사람에 의해 숲 바닥에 쓰러져 통나무가 되어 제재소로 향한다고 한다. 목재의 가치는 값으로 1세제곱미터당 150달러라고 한다. 벌목이 오랜동안 지속되어서 이제는 나무는 없고, 목재 제품만 가득하다고 한다. 우리는 점점 사라져가는 나무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고, 나무가 주는 이로움만을 늘 가지고 있었다.

    벌목꾼이 벌목을 그만 둘 수 없는 것은(임금이 낮아서 이젠 더 이상 인기직도 아니다.) 오래된 숲을 걸어다닐 수 있는 특권이 있어서라고 한다. 모순어법같지만, 그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나무의 값에 대해 '값을 매길 수가 없지요, 그런데 그건 값이 그저 너무 싸기 때문이지요."라고 하는 건축업자도 있다. 자연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으로 800년을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낭비한 자원을 살리는데에 그만한 시간을 우리 스스로 벌 수 없으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날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도 따끔한 말을 한다. 대형할인점과 비유하여 장기적인 평판과 아름다움보다는 효율성이나 비용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 나무농장을 비판한다. 수분이 많고 나뭇결이 성기기 쉬워, 판자로 만들어질 만한 일이 없는 대량품을 과연 나무라 할 수 있는가?

     오늘 우리반 아이들에게 ' 나무는 좋다'라는 책을 들려주었다. 독후활동으로 나무의 슬픔을 이야기해보았다. 나무가 과연 우리에게 뭐라고 말할까라고 질문했더니, '우리를 자르지 마세요.', '우리도 엄마아빠 옆에 살게 해주세요.'등 나보다 속깊은 대답을 하였다. 예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무는 좋다'를 읽어주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어 조금은 낮게 말하게 될 거 같다.

   온난화, 기상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벌목장을 생각해보자. 그곳은 인간이 만든 곳이다. 나무가 살던 곳은 북아메리카일지라도 가구가 되어 우리집에도 있을 것이다. 더이상 벌목할 곳도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나무는 사라지고 나무의 가루세상에 만족하며 인류의 기술발달이라 생각할 것인가?

    나무가 사라질 것이란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인다. 더불어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몇 사람의 노력이 더 숭고해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황금가문비나무는 그 이야기를 위한 선택된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