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수업] 책을 집어들때,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술~술 잘 읽혔고, 공감이 되더라구요.

마치 별빛 빛나는 시골 어느 마당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나누는 이야기처럼,

차분한 가운데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올 때의 훈훈함이 남았습니다.

 

 

『생각수업』(박웅현, 진중권, 고미숙, 장대익, 장하성, 데니스 홍, 조한혜정, 이명현, 안병옥 지금, 알키 펴냄) 은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이름이 꽤 알려진 9명의 대표 저자들이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자신의 인생에서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을 만나는 것'이란 전제 아래 독자들 스스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른 최소한의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글 첫 시작에 이 책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도 9명의 저자의 글을 싣다 보면 표면적인 이야기 나열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프로답게 짧은 시간내에 명확하게 문제를 짚어내네요. 명쾌하고 울림있게 말이죠. 게다가 다양한 영역에서 신선한 물음을 제기하니 세상에 대한 시선도 확장되는 것 같고, 한 편의 희망을 보는 것도 같습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럼에도 부지런히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듯 합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구절을 옮겨 보면..

 

박웅현 편

'평형수'이야기와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에 나오는"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니다"라는 구절을 통해 안전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비유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전체적으로 '니체'의 색체를 많이 느낄 수 있었고, 자유로운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중권 편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이유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허용된 시간인 '과거'로 눈이 향하게 된 것이다.'

 

 

안병옥 편

질의응답에서 "지구를 위한 선택은 나를 위한 선택과 배치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구를 위한 선택'이 '나의 희생'을 수반한다고 보는 시각을 갖게 되면, 그 선택을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구에 좋은 것'은 '나의 희생'이 아니라 '나에게도 좋은 것'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나와 타자 그리고 지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구를 위한 선택'과 '나 자신에게 좋은 선택'의 구분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요?

 

처음 아이 낳고 환경이라는 것에, '생태'라는 것에 관심을 갖었을 때의 그 날카로움과 공격성

지구를 지켜보겠다고 생활 전반을 바꿔보았는데, 어느 순간 반작용으로 그것들을 스스로 완전히 무너뜨린 경험이 있기에 공감가는 이야기였네요.

시를 즐겨 읽지는 않지만, '쌀 한톨의 무게'라는 노랫가사가 실렸는데, 참 좋더라구요~

그래서 옮겨 적어 봅니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책이 술술 읽혀서 처음에는 읽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다 읽어 버려서 제대로 읽긴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렇게 한 번 훑어 읽은 전체적인 인상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는 것과 내 삶에 용기가 생겼다는 점이네요. 책 표지에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질문'이라는 글처럼, 책을 읽다보면, 주체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자신감이 생깁니다.

 

협조적인 삶이 익숙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편이였는데, '아모르 파티!'처럼 '내 삶도 괜찮다.'와 '저 사람의 모습도 괜찮다'는 관용의 마음이 생기고, 나아가 부모로서 아이를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는 것.. 물론 이 책 한권으로 한 순간에 변한 것은 아니겠지만, 확고해지는데 도움이 되었네요.

 

오후에 꽃 가게에 들렀는데 '만세선인장'이라는 화분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 이름이 주는 기운이 좋아서 하나 사 왔네요.

저녁에 가족들이 요 화분앞에서 미소 지으며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마치 우리 가족을 응원해 주는 것 같아 괜히 기운이 더 나는 것 같더라구요.

책으로 지혜와 위로와 용기를 얻고, 생명에게서 또 위로와 용기를 얻고,

세상에서 참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