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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펼치자, 어릴적 보았던 아프리카 정경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나는 맨발로 풀밭 위를 걸으며 바람이 들려주는 시간의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살짝 꿈을 꾸는 듯 편안하면서 애틋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과학도서지만 딱딱한 지식 전달책이 아니라 옛날 이야기처럼 따뜻합니다.

그런데 책 말미 맺음말에서 윤신영 과학동아 기자이자 편집장님께서 이것이 처음부터 기획된 것임을 밝히셨네요. ^^

'저는 고인류학 및 진화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대기식 순서가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소재를 테마로 진화를 풀어내는 독특한 형식의 글을 제안했습니다. 또 다정다감하고 유머가 섞인 이 교수의 어투를 되도록 살릴 수 있도록 기존의 건조한 기사체 대신 따뜻한 '~습니다'체로 써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라고요.. ^^

기획 의도대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편안하고 따뜻함을 느꼈네요.

집에서 책을 읽는 동아,

풀밭위를 걷고 있는 듯한 상쾌함과 기분 좋음에,

본 도서 작가이자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님이신 이상희님께서 옆에서 들려주시는 듯한

편안함과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책.

'인류에 대한 22가지 재미있는 고급진 옛날 이야기'들이

『인류의 기원』에 담겨있네요.

아주 오래전 인류 이야기

편안함과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선

이 책에서 받은 첫번째 인상입니다.

목소리 높이지 않고서도, 많은 것을 쏟아내지 않고서도

일상적인 소재로 골라낸 테마에 맞춰 조용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확정적이지 않은 사실들을 열린 사실 그대로 설명합니다.

저같은 문외한에게는 이런 모호한 설명보다는 확정적인 종결적인 분명한 설명이 이해하기 쉬운데요..

그렇지만 이런 '겸손한 학문적 태도'가 너무 좋더라구요.

자신이 가진 지식의 성취에 자만하지 않고,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바뀔 수 있다는 열린 자세,

다른 의견.이론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멋있더라구요.

요즘처럼 소통이 되지 않는 때에 이런 '쿨~' 한 모습을 우리 삶에 옮겨와도 충분히 좋을텐데요..

책 속으로....

인류 기원에 대한 22가지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요..

4장. 머리 큰 아기, 엄마는 괴로워

400만년 ~ 500만년전 초기인류의 두뇌크기는 현생 침팬지와 비슷한 400~500cc였데요.

키는 100cm 정도였구요.

200만 ~ 3300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 때는 700CC,

200만년 호모 에렉투스때는 900cc까지 커졌답니다.

이때 키는 170cm까지 커지구요.

그후 10만전년전이 되면 1300cc까지 커지네요.

몸 크기는 그대로구요.

여기서 몸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는데 머리 크기가 커지니 골반도 넓어져야 하는데,

골반이 넓으면 보행에 문제가 많거든요.

결국 인류는 출산과 보행 중에서 보행을 선택했고,

그 결과 인류는 유례가 없는 출산의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운명을 겪게 된거죠.

결국 산도보다 머리가 큰 아이를 낳기 위해 여자의 골반은 뼈와 뼈 사이가 물렁해졌고, 벌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아기낳는 것은 힘들고 위험하고 고통을 동반한 것이였지만요..

그래서 아이는 좁다란 산도를 빠져 나오기 위해 몸을 산도 모양에 맞추어 비트는데, 그러다 보니 얼굴이 엄마의 뒤쪽을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은 다른 원숭이처럼 혼자서 아이를 낳을 수가 없고 다른 사람이 대신 받아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적인 동물이 되는 셈입니다.

저는 인간이 문명화되어서 아이도 혼자 낳을 수 없는 줄 알았는데,

머리가 큰(하지만 직립보행으로 인한 좁은 골반) 신체적 조건 때문에 결코 혼자서는 낳을 수가 없다는군요..

결국 우리는 직립보행으로 인해 많은 혜택을 누리는 대신에 출산의 고통을 감내하는 수 밖에는 없겠네요..

그 밖에

5장 아이러브 고기 편을 보면..

모든 동물은 고기를 좋아한다네요.

다만, 구하기가 어려워서 못 먹을 뿐이구요....

우리 조상님들 역시 고기를 좋아했으나 외소한 몸으로 다른 동물을 잡아 먹기가 힘들었겠죠.

그래서 다른 동물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 그러니까 뼛속 골수 같은 것을 먹었는데,

이렇게 사체 찌꺼기를 먹다 보니 기름진(고지방) 식품 섭취에 힘입어 두뇌가 점점 커지게 되고, 몸집 또한 커지기 시작했답니다.

드디어 이렇게 커진 두뇌와 몸집을 갖추고 나서 사냥을 하게 되었고,

사냥을 통해 본격적으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네요.

원래 초식이였던 인류는 처음 기름진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소화시키지 못해 뼈 출혈로 죽기도 하였으나,

결국 유전적 변화를 거친 뒤 비로서 고기가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었답니다.

한 때 육식을 범죄처럼 여기던 적이 있었는데,

육식은 자연스런 미각인가 봅니다.

다만 인간 정신으로서 그 조절이 가능하겠지요.

이 밖에도

1장. 원시인은 식인종? 에서 ......... 편견을,

2장. 짝짓기가 낳은 '아버지'에서 .......... '남성' (아버지, 남편, 아들) 에 대한 사회와 문화

3장. 최초의 인류는 누구? 에서 ............. 뒤집고 뒤집어 지는 학계와 이론, 학설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자들의 모습

6장. 우유 마시는 사람은 '어른 아이'에서 ............ 역시 편견과 우유에 대한 기존의 생각 수정

7장. 백설공주의 유전자를 찾을 수 있을까? ........... 백인이 생긴게 고작 5000년 밖에 안되었다고?? 그렇다면 인종이라는게? 진화라는게??

8장. 할머니는 아티스트 ....... 가족의 역할, 삼촌, 고모의 역할... 그리고 동성애자

9장. 농사는 인류를 부자로 만들었을까? ......... 다시 생각해 보는 농업혁명, 인류의 존재

.............................

짧은 테마로 묶인 인류사에 대한 짧은 단상이였지만,

그 안에 생각할 거리도 많고 삶에 대한 태도 역시 또 수정할 거리도 많았습니다.

요란하지 않지만, 그래서 참 좋았구요.

이 가을. 책 옆구리에 끼고, 차분히 한 챕터 한 챕터 곱씹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