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신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은 이제 흔한 담론이 되어버렸다. 그 누구도 요즘 세상에서 신문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대중적 인기가 첫손가락에 꼽히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신문보다 텔레비전, 혹은 인터넷을 더 좋아하고 더 신뢰하며 더 의존하는 각종 조사 결과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 지 오래인 텔레비전은 그 화려한 영상과 속보성으로 신문과 지속적으로 경쟁해 왔고, 인터넷은 영상이나 속보성이라는 텔레비전의 장점에 더해서 일방적인 뉴스 소비자였던 신문 독자들을 프로슈머(prosumer)의 단계로 전환시킬 수 있는 매체적 특성으로 인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더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신문이라는 매체가 종이를 매개로 한다는 물리적 속성은 소비자에게 한계로 작용해 왔다. 즉, 원하는 시간이나 원하는 장소에서 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터넷은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종이 신문'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들이 독자 확대 또는 유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에디터 앤드 퍼블리셔( Editor and Publisher.com )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수 확장을 위해 텔레마케팅에 매달려 있는 신문사들이 적지 않았다. 판촉사원들이 직접 방문하는 경우의 가장 큰 문제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꽃을 들고 가는 경우에는 1/3에 불과하던 확률이 47%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공짜로, 혹은 할인가격으로 구독하게 하는 고전적인 방법 외에도, 일정 기간 이상을 구독하는 경우(The Janesville Gazette의 경우 13주) 현금이나 할인구매권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추첨해서 큰 상금을 주는 것이 독자를 늘리는 데에는 최고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델 타코(Del Taco) 같은 식당체인점과 계약을 맺고 선착순 100명에게 무료구독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 이렇게까지 해야만 사람들이 신문을 보는 것일까? 이제 독자를 붙잡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야만 신문이 존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단순한 신문사 간 시장점유율 경쟁이나 영향력 다툼을 떠나 이제 신문이라는 매체가 선택되려면, 신문이라는 상품이 팔리려면 신문의 내용보다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신문은 위기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은 정말 위기인가? 본 연구서의 목적은 오늘날 신문이 처한 환경이 위기 상황인지 아닌지를 규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단정적으로 사용되는 '위기'라는 단어를 사회 현상에 적용하여 해석하기 위해서는 좀더 분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즉, '신문의 위기'는 신문 저널리즘의 위기와 신문 산업 또는 신문 시장의 위기 등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이는 내면 또는 본질적인 위기와 표면적인 위기, 또는 비가시적인 위기와 가시적인 위기 등의 표현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각각이 완전히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부수가 줄어들고 광고가 잘 안 나가는 신문에 대해 저널리즘의 수행자로서 사회적 역할이나 영향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시장에서의 성패가 저널리즘 수행의 관건이 되는 것은 아님을 우리는 여러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신문의 강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에서는 신문의 위기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 듯 보인다. 부수 역시 감소세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역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수용자들의 인식이다. 최근 일본의 미디어 접촉 평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정보원으로서 빠질 수 없다',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접촉해야 한다', '지역 내 일을 잘 알 수 있다', '교양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 '읽은(본, 들은) 일이 기억에 남는다',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등의 항목에서 신문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정보 내용이 신뢰 가능하다'는 항목에서만 일본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에 이어 2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영국 비비씨(BBC)에 버금가는 엔에이치케이의 독특한 위상을 감안한다면 신뢰도 2위라는 것이 일본 사회 내 신문 저널리즘의 위기와 연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렇듯, 과연 신문저널리즘이 위기에 처했는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수용자들의 인식 및 이용 현황뿐 아니라 수행자인 언론인들의 인식과 평가, 그리고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에 대한 다양하고도 치밀한 접근과 분석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복합적이고 비가시적이기에 주관적 판단으로 그치기 쉬운 신문 저널리즘의 영향력을 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게끔 적정하게 측정해낼 수 있는 방법론적 틀을 개발하는 어렵고 힘든 작업이 중요한 만큼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 연구서에서는 신문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과 대안의 모색을 차후의 과제로 남겨두고, 신문 산업의 동향과 변화를 나타내는 가시적인 각종 지표들, 즉 부수와 광고 수입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오늘날 신문 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신문의 부수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에디터 앤드 퍼블리셔에 따르면, 2003년 신문 부수가 늘어난 곳은 전세계 208개국 가운데 35개국에 불과한데 그 대부분이 개발도상국들이다. 중국의 경우, 2003년에만 4.1%의 성장을 기록했으며 지난 5년간 무려 35.7%가 성장했다. 중국에서는 8,500만 부의 신문이 매일 팔리며 인도에서는 7,200만 부, 일본은 7,000만 부, 미국은 5,500만 부로,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문을 발행하는 4개 국가들이다. 한편 노르웨이 사람들은 여전히 가장 신문을 열심히 읽는 국민들이다. 그 다음에 일본이 있고, 스웨덴과 핀란드가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3년에는 0.6%가 감소했고 지난 5년간을 보면 2.6%의 감소를 보였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여전히 1,400만부 이상을 매일 판매하고 있다.

한편 서유럽의 신문들은 부수 감소를 겪고 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의 15개국 가운데 13개국에서 신문은 2.2%의 감소를 보였다. 가장 심각한 감소세를 보인 곳은 아일랜드로 7.8%, 영국은 4.7%, 포르투갈은 4.0%의 감소를 나타냈다. 무가지는 2003년 16%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신문 독자의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광고 수입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문의 영향력 또는 사회적 위상은 부수와 광고 중에 어느 것이 더 유용한 또는 직접적인 척도가 될 것인가? 물론 부수와 광고는 따로 떨어진 개별적인 유목(類目)이 아니며,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좀더 전문적인 분석과 해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서는 그런 종류의 의문에 대한 기초작업으로서의 의미를 담아, 전반부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신문이 처한 상황을 간략히 점검하고, 미국의 경우에 대해서는 따로 한 장을 할애하여 좀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본 연구서의 후반부는 영국, 특히 전국 일간지에 초점을 맞추어, 여러 가지 상황적 지표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영국의 신문 시장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전국지들이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행했던 여러 가지 변화들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많은 나라들 중에 굳이 영국을 표본으로 삼은 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영국은 근대 저널리즘의 발원지이며, 여러 유형의 신문들이 독자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여 온 곳이다. 또한 자본주의가 싹을 틔우고 발전하면서 드러난 다양한 갈등과 반목이 계층 간에 존재하는 곳, 로열패밀리 즉 여왕과 왕자ㆍ왕자빈ㆍ공주들이 온갖 뉴스거리를 양산해 타블로이드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곳, 신문의 정치색이 뚜렷한 곳,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은 곳이라는 등의 일반적 이유를 들 수 있다. 또한 인구 크기나 국토 면적 등 우리와 사회적ㆍ지리적 조건이 비슷하다는 것, 전국지가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그들 간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점 등, 그렇기에 우리나라 신문들이 눈여겨보고 배워야 할 여러 가지 유익한 경험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영국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이다.

위에 열거한 많은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영국의 신문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세계 제일의 공영방송'이라는 비비씨(BBC)였다. 비비씨는 지속적으로 학계나 언론계의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고, 그와 더불어 영국의 언론 정책－주로 방송이나 텔레커뮤니케이션 정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왔을 뿐이다. 그 외에도 신문사 소유 지분 문제 등 언론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미디어로 세계를 경영하고자 하는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에 대한 간헐적인 논의는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영국의 미디어 산업이 처한 전반적인 조건이나 상황에 대해 체계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서는, 오늘날 영국 신문 산업을 표본으로 삼아 세계 신문이 처한 위기 혹은 불황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을 제시하는 것과 함께,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영국의 신문들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논의함으로써 우리나라 신문들에게 유익한 간접경험 사례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