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양병호외 지음

도서출판 경진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들꽃을 찾아 종종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이름도 자세히 모르지만.

그냥 처연하게 피어 있는 들꽃을 만날때면

마냥 행복하고, 눈물겨운 애틋한 감정이 생겨서

글이 잘써지지 않을때나 가슴이 먹먹할때면,

그들을 만나러 가곤합니다.

 

적막함 속에 눈을 감고 그들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귀울입니다.

자연과 나는 하나가 되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저는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냥 지나쳐 버리면 한낱 잡초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눈이 마주친 들꽃을 볼때면 저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답니다.

오지랖이 문제지요.

 

반드시 눈빛을 맞춰야 하고 소리를 들어야 하고 내 이야기를 해야 하고

눈과 귀와 마음을 다 열어주어야만이 직성이 풀립니다.

 

타고난 저의 성격입니다.

 

그 덕에 늘 아파하고, 상처받고 ..

그래도 절대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주어야 합니다.

더 귀를 열어 주어야 하고 더 따뜻한 눈빛을 나눠야 하고 더 마음을 주어야 합니다.

 

이넘의 오지랖!

죽을때까지 아마도 고쳐지지 않을것입니다.

 

그냥 살아야 겠습니다.

 

아파 하고 상처 받는 것보다 제 귀를 더 열어 주지 못하고 서로가 눈빛을 마주치지 못하고

제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더 괴롭고 고통스럽기에

그냥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노희경 작가가 그러더라구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라고

 

그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은 필요하다구요.
내가 아파야 남의 아픔을 알 수 있고, 패배해야 패배자의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이랍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구요. 

 

성장통...

정말 아프네요..

정말 많이 아프네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을 요즘 아즘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난 시인들도 다 성장통을 겪었더라구요..

처절하게..

아주 고통스럽게..

그러하기에 지금 이렇게 오랜시간이 지나도록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글들을 쏟아주고 갈 수 있었나 봅니다.

 

마지막 혼심을 다해

저도 글을 써내려 가고 싶습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을 물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잇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