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요즘만큼 자주 회자되는 시기가 있을까? 출근길 여느때와 다를게 없어 보이는 넥타이족들의 가슴속엔..보이지 않는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건 같은 처지의 넥타이를 매고 지친 어깨 일으켜 세우고 출근길 함께하는 동업자로서의 내 시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종말론자들이 인류파멸의 시기가 얼마 안남았다는 뻔한 협박(?)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을 추켜세우고 종교에의 귀의로 천국에 함께 가자고 강요하는 지난 세기말적 공포감 보다 더 심한 두려움과 터질듯한 스트레스로 점철되어 가는 시기가 위기의 끝도 모르고 깊이도 알수 없는 경제공황을 두려워하는 요즘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 보기엔 어느 하나 눈에 띠는 변화가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한폭탄 하나씩 안고서 비틀거리는 몸하나 겨우 지탱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속에 우리는 하루하루 파멸을 향해 돌진하는 폭주기관차같은 느낌을 가지곤 한다. 사회주의 구소련의 해체 후 팍스아메리카나를 외치던 미국...그들의 심장부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어느덧 미국을 넘어서 아시아로 유럽으로 전염되어 간다.

위기, 공황, 채무불이행, IMF 등 불과 십년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두 번다시 보거나 듣고 싶지 않았던 단어들이 이젠 눈을 돌리면 인터넷에..신문, 방송에 음흉한 눈빛을 이글거리며 우리를 못내 불편하게 만들어 버리는 요즘... 지푸라기 한움큼은커녕 단 한줄기의 지푸라기라도 던져주면 자손대대 그 은혜를 베푼 이에게 감사하고픈 요즘..<불황을 넘어서>라는 책을 보게되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있듯..내게 턴어라운드의 계기가 되주지 않을까하는 희망섞인 손으로 펼쳐 본 <불황을 넘어서>.......

이 책을 보면 서 세 번 놀라게 된다. 앨빈 토플러라는 석학이야 농담삼아 동네 개 이름은 몰라도 이 분 이름이야 수도없이 들어왔으니 차치하고....

처음 놀라게 되는 건 다른 독자들도 하나같이 꼽겠지만 30년도 더 오래전인 지난 1975년에 저술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 제시는 현재 인정받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나 미래학자들의 그 어떤 제안보다도 더 현실적이고 많은 이들의 막힌 가슴을 뚫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경제위기하에서의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의 묘사가 마치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잔혹한... 온갖 흉기가 난무하고 피가 튀기며 악몽속에서 볼까 두려운 악령들의 모습보다 더 끔찍한 일상에서의 대혼란과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극사실적 묘사였다.

마치 눈앞에서 이런 혼란?? 닥칠지 모를 경제위기의 지옥도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고 그러한 묘사만으로도 우리가 함께 이겨내야할 극복의 실체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세 번째는 앨빈 토플러라는 저자가 수십년전 제시했던 그 해법이 지금도 유효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경제위기의 다섯가지 요인으로 지적한 진부해진 경제모델, 지식의 역할 증대, 가속화와 탈동시화, 증대되는 복잡성, 국경의 소멸등은 오늘 아침 뉴스를 보거나 경제신문을 들춰보면 동일한 용어는 아니더라도 같은 뜻의 다른 말로 표현되어 현재의 경제위기를 해석해주고 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전략으로서의 6가지 제안은 일부 수긍할 수 없는 부분(다국적 기업이 경제주체로서 통제력을 찾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있긴 해도 대부분의 처방은 왜 앨빈 토플러가 경제경영분야의 전문가로서, 아니 그 이상의 혜안을 지닌 구루로서 인정받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모 경제지의 잡셰어링 캠페인 처럼 고용정책의 새로운 시도와 월스트리트 금융시스템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결정방식, 그리고 새로운 경제안정장치의 마련과 위기를 돌파해내는데 필요한 선제적인 정책결정등은 지금 시대에도 이미 회자되고 있는 다양한 위기탈출의 묘수들이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정말 저자가 1975년에 저술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섬뜩함을 느낄만한 적중력과 정교한 대안 제시에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불황을 넘어서>는 분명 일반인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과정에 관여하고 있고 엘리트집단에 속해 있는 이들에게 좋은 충고가 되어 줄 것이다. 단, 과거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경고를 가슴속에 새기지만 또한 과거의 역사는 반복되기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