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읽어도 마음에 드는, 빨간머리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표지에 새로운 판형으로 책들이 다시 출간되고 있다.

<빨간머리앤>도 그 중 하나가 되었다. 원래는 빨간색 표지였는데, 10주년 기념판은 약간 톤 다운 된 초록빛은 오래된 느낌도 묻어나고, 금박 글씨까지 더해져 우아하다. 빨간머리앤 시리즈 1권이 '초록지붕 집의 앤'이라고 하니 딱 맞는 색인 것도 같다. 가운데에는 책의 주인공 앤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이 부분도 무척 마음에 든다.

안의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 하다. 앤의 첫 이야기, 그러니까 처음 에이번리에 와서 소녀시절을 지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간 중간 예쁜 일러스트도 그대로라서 좋았다.

빨간머리앤은 언제 읽어도 참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앤 시리즈가 이어져 앤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앤 시리즈의 큰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주인공의 '성장'이 담긴 몇몇 시리즈 작품들을 읽으면서, 독자가 책 속 인물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 훨씬 더 즐겁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나이에서 같은 눈높이로 읽는 앤의 이야기와, 다른 나이에서 읽는 앤의 이야기는 꽤 다른 느낌을 준다. 어렸을 적 앤과 비슷한 또래였을 때 앤의 첫번째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그저 말괄량이 소녀의 느낌이었는데, 좀더 나이가 든 후 읽어보니 그 발랄함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이상 그런 느낌을 갖기 힘들다는 걸 느끼기 때문에 동경의 마음도 살짝 품게 된 것도 같다. 반대로 어릴적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앤의 이야기를 읽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간 부분들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을 때 새로운 의미를 품고 눈에 들어오는 경험도 즐겁다.

그리고 같은 책을 다른 디자인으로 만나는 것도 즐겁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왕 소장할거라면 예쁜 책이 좋은 것 같다. 번역도 중요하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눈앞에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잔잔히 미소를 띄우게 하는 그런 책들. 같은 이야기의 책을 계속 사게 되다니,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보다.

대신 서평 쓰기는 정말 힘들다. 보통 내용에 대해 써야하는데, 같은 얘기를 몇번이나 반복할 수도 없으니까. 이 책의 서평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 대한 일종의 변명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그동안 읽고 본 <빨간머리앤> 중 가장 예쁜 책이었다는 것. 이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