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이 되고 싶었던 여우와 늑대,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아마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이 속한 '소시민 시리즈'가 요네자와 호노부란 작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미스터리 중 일상물, 학원물, 단편집을 선호하고 이 취향은 상당 기간 이어져왔다. 부담없이 순수하게 즐길거리로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마음이 있고, 거기에 부합하는 조건이 앞의 세 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시민 시리즈'는 세 조건을 꽤 충족한다. 고교생이 주인공이니 학원물이고, 그들의 일상 속 사건을 다루고 있으니 일상물이고, 크게 보면 단편 연작 구성이니까. 물론 세세히 따지면 단편이나 일상물로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흥미를 끄는 시리즈임은 분명하다.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버전으로 읽었었고 이 '여름철' 이후로 출간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엘릭시르에서 새롭게 출간하면서 뒷 이야기까지 계속 나오는 듯 하다. 가을철 버전은 무려 2권으로 구성되었다. 장편느낌이 나서 살짝 읽는 걸 망설이고 있는데, 가을이 되면 마음을 다잡고 읽기에 도전해야겠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빙과>로 시작되는 '고전부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이 '소시민 시리즈'의 두 주인공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소시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고전부 시리즈'의 주인공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은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소시민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역시 본성은 쉽게 변하기 어렵다는 걸까.

이전 편이 고바토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은 오사나이의 특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전편과 이어져 오사나이의 '복수'가 이뤄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꽤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무심하게 읽게 된 것 같다.

사실 두 주인공의 포지션은 독특하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주로 남성이 '늑대', 여성이 '여우'의 이미지를 투영하는데 여기서는 반대이다. 고바토는 '여우', 오사나이는 '늑대'라고 지칭된다. 여우란 교활한 이미지이다. 사건을 추리하고 그 뒷이야기까지 추정해내는 고바토, 복수를 위해서 과격한 수단도 사용하는 오사나이. 확실히 그들 자체의 이미지는 딱 맞는다.

포지션 못지않게 특이하다고 느꼈던 건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분명 그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걸 드러내기 보다는 숨기길 원한다. 튀는 모습을 보이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학원 미스터리물을 봤을 때와 꽤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게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 모른다. 너무 특출난 능력을 가져서 눈에 띈다는 건 생각만큼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은 '디저트'이다. 오사나이는 디저트를 좋아해서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디저트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 당연히 그에 대한 묘사도 있다. 달달한 디저트를 먹는 부분을 읽다보면 함께 달달한 것을 먹으며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가을철 버전에선 어떤 디저트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