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아저씨'라는 제목에 혹했다.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서정시인줄 알았다...
그랬는데...재밌다. 그리고 1970년대 이런 시를 쓸 수 있었다는 시인의 발상에 작은 놀람을 보낸다.
절대 사랑을 전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작품을 떠올리는 분들은 제목에 낚이지 말것!! 아니 한번 낚여보는 것도 좋을 듯... 우연히 만난 그 어떤 것에 작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언제나 처럼 시는 직접 읽어보고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 시읽기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몇편의 시를 권해본다. (사실 이렇게라도 사람들에게 시를 읽게하고 싶은 나의 작은 바람을 헤아려주길...(^^*))

먼저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왔던 시... '섬'... 그냥 섬을 보고 느끼는 듯한 충격!! 직접 감상해보길...

섬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참으로 단순하다...하지만 그 단순함에는 깊이가 있다. 시를 어렵다고 평하고 어렵게 읽지 말자!! 그냥 마음으로 읽고 마음으로 평하길... 
시인이 시의 서평에 말하고 있듯... 나와 이 세계는 언제나 새롭게 마주서 있으며, 이 세계는 나로부터 새로 출발하고 전개된다...는 말처럼 자신으로 부터 시를 읽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길 바라며... 또 다른 시 한편을 추천해본다.

감격하세요(정현종)

  나무들을 열어놓는 새소리
  풀잎들을 물들이는
  새소리의 푸른 그림자
  내 머릿속 유리창을 열어놓는
  새소리의 저 푸른 통로

  풀이여 푸른 빛이여
  감격해본 지 얼마나 됐는지.

이놈(?)의 금융위기... 실직... 실업... 백수... 주가... 등등에 지친 당신들에게 告하노니 감격하며 살아가길... 작은 것 하나에도 새소리의 솎삭임에도... 풀이여 푸른 빛에도... 어쩌면 우리네 삶도 한번 살아볼 만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시인의 울림을 기억하며...
또다른 시 한편을 새겨본다.

거짓 희망을 쓰러트리는 우리들의 희망이(정현종)

  누구의 입김인가 이 안개는
  살찐 死者들의 입김인지, 이 안개는
  꼭꼭 숨어라 친구들이여
  머리카락 보인다 이웃들이여
  그리하여 잠들라
  낮의 일과 불투명한 노력들은
  우리들 자신이 몫이 못 되고
  거짓 희망을 쓰러트리는 우리들의 희망이
  허락되기 어렵다 하더라도
  피곤과 우울은 우리의 것이다!
  편히 잠들라 내 이웃들이여
  각성은 눈뜨면 못쓰고
  잠조차 뿌리내릴 수 없는
  아, 이 땅의 가난한 영혼이
  뜬눈으로 그대의 잠을 지키고 있다.

'아, 이 땅의 가난한 영혼이/ 뜬눈으로 그대의 잠을 지키고 있다'라는 시인의 말... 그것으로 감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 어떤 평가도 사족일 뿐... 잠시...여유를 두고 시를 감상해보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인이 말한 한편의 시구를 남겨본다.

  잊어버림으로써 기억한다

.............한 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져보길 바라며...





정현종,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