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1-'현명한 인내'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의 직전 단계까지다.

책에서는 인내심을 늑대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모습에 비유한다. 자신을 꼭꼭 숨기고 끈기있게 오래 기다리는 것은 좋지만, 적당한 기회가 되면 뛰쳐나가 달려들어야 사냥이 된다. 간혹 완벽한 준비를 갖춘다는 핑계로 행동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있다. 세상에는 최대한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일과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기만 하면 되는 일이 있으니 무조건적인 완벽 추구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포기하는 것에도 시점이 중요하다. 매달리던 일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포기했더니 바로 다음에 다른 사람이 성과를 낼름 집어가는 경우가 있다. 주식이나 땅을 팔고나니 값이 오르고, 복권 번호는 다 맞췄는데 복권을 안 산 것 같은 기분일 거다. 가끔은 그런 이유로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까워서 되지도 않을 일에 미련을 못 버리기도 한다. 인내가 전략이듯 더 잃기 전에 포기하는 것도 어찌보면 전략이다. 계획에는 항상 행동할 시점과 포기할 시점을 담아야 한다. 그래서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절실하다.

얼마전 <더 지니어스 게임>에서 장동민이 우승해서 화제가 됐다. 사실 장동민은 멘사 출신 여배우 하연주와의 데스매치에서 탈락할 뻔했다. 철로가 그려진 타일을 번갈아가며 이어나가는 게임인데, 이기는 방법은 철로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타일을 놓거나, 더 이상 철로를 완성시킬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불가능을 선언해 상대방 차례에 완성을 못 시키게 만들면 된다. 장동민 차례에서 누가 봐도 더 이상 철도를 완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게임 자체는 의심의 여지없이 하연주에게 유리했다. 거기서 하연주가 불가능을 선언하기만 했어도 이기는 게임이었는데 장동민이 포기하지 않고 허세를 부린 의외의 한 수를 던지자 하연주는 의심하면서도 다음 타일을 연결했고, 연결되지 않는 철로의 마지막 타일을 자신이 놓았다는 실수를 뒤늦게 깨달았지만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하연주는 게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자신을 믿지 못한 게 패인이었음을 인정했다. 위기에 몰려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승리한 장동민에게서도, 아이큐는 높았으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패배한 하연주에게서도 배울 게 많았던 명승부였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스스로 '실패하는 유형'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기회를 만나도 놓칠 수밖에 없다.

tvN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 중에서

의지박약과 결정장애로 계속해야 하는지 포기해야 하는지 망설이며 이도저도 아닌 정체 상태다. 꼴에 완벽주의라고 하고 싶은 일도 평생 준비만 하고 있고, 목표를 너무 멀리 잡아서 성과도 없다. 포기하고 싶은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니 앞이 캄캄하다. 결정적 순간에 포기하는 거라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고... 아니면 포기하는 순간이 결정적 순간인 건가? 아무튼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작년 한 해는 괜히 여기저기 고객센터에 화풀이가 심했던 것 같다. 질러놓고 보니 민망하고, 지나고 보니 사소한 이유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땅콩 리턴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참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말은 없어지고, 인내가 나약함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화를 내면 일을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매사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미련하게 혼자 끙끙 앓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쉽게 드러내지 말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쉬울 듯하다. 책 초반에 구천, 사마의, 한신 이야기가 연이어 나와서 고전 위주의 책인줄 알았는데, 사업가이자 잠재력 코칭 프로그램 강사인 저자의 경험도 많이 실려 있어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자기 점검의 시간이 될 만한 책이다.

p.113-이유를 찾아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을 도저히 계속해 나갈 수 없다면 포기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결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확실한 이유여야 한다. 그런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