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부터 현대식 시계까지 희귀한 시계를 총망라한 은밀하고 매력적인 시계이야기.

 

 

블랑팡Blancpain, 자케 드로Jaquet Droz,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브레게Breguet, 제라 페리고Girard-Perregaux, 예거 르쿨트르Jaeger LeCoultre, 파텍 필립Patek Philippe, 아 랑게 운트 죄네A.Lange&Sohne, 글라슈테 오리지날Glashutte Original, 율리스 나르덴Ulysse Nardin, 피아제Piaget,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

 

이 단어들을 듣고 시계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시계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있는 시계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단어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명품시계 브랜드들인데 창립한 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으니 시계에 대해선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사자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 하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면서 기계식 시계를 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수 백년을 시계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그들이 있었기에 시계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 돌아가고 있다.

 

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명품시계로 탄생하기까지 그 과정을 책으로나마 지켜볼 수 있었던 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시계 속에 들어 있는 기계 장치이자 시계의 심장이라 부르는 무브먼트(movement)가 수십 개에서 천 개가 넘는 크고 작은 부품의 조립체라는 놀라운 사실부터 시계의 얼굴이라 부르는 다이얼의 소재도 안에 넣은 무브먼트를 그대로 보이도록 만든 스켈레톤(skeleton), 자개.스톤, 에나멜, 야광.발광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거기에 시, 분, 초만 알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어서 시계 속의 달력을 읽는 애뉴얼 캘린더(annual calendar) 기능에서부터 우주를 품은 문 페이즈(moon phase) 기능, 시간과 시간 사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기록하는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기능까지, 기계식 시계의 진화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사뭇 궁금하다.

참고로 일정 시간이 되면 멀리서 울려 퍼지는교회의 종소리처럼 알람기능의 카리용(carillon)과 오르골 기능의 재크마(jackmat) 소리를 기계식 시계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책 속에서는 율리스 나르덴의 Circus Minute Repeater 시계가 얼마나 탐이 났는지 모르겠다.)

 

기계식으로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자동인형 오토마톤automaton.오토마타automata이 있다. 이를 시계와 결합하기도 하는데 미닛 리피터 기능이 작동할 때 다이얼에서는 마치 사람이나 배경이 움직인다. 최근 율리스 나르덴 등 몇몇 브랜드가 손목 시계에서 이를 구현해냈다. 다이얼 위 형상들이 해머가 내는 소리에 맞춰 동시에 움직일 경우 이를 재크마jackmat라고 한다.(본문 73쪽 中)

 

시계의 근대화에 앞장 선 시계들의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시도와 함께 도구로서의 시계를 인간에게 선물한 론진(Longines)부터 ‘트랜스미션, 레귤레이션, 에너지’란 아방가르드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동차, 시간 측정 기술에 주력해 온 스포츠 시계의 대명사 태그호이어TAG Heuer, 항공 시계에 초점을 맞춘 브라이틀링Breitling, 기계식이지만 정확성과 견고함을 중시하는 롤렉스Rolex,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단단한 소재 등 신소재를 탐구하는 라도Rado, SF만화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티소(Tissot), 350여 편의 영화에 등장한 결과 어느 영화에서 누가, 무슨 시계를 착용했는지 본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해밀튼Hamilton 등 기계식 시계보다는 못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시계들의 면면을 볼 수 있다.

 

1919년부터 비행사들을 후원한 론진은 1927년 린드버그의 단독 비행을 통해 국제 항공 연맹 International Aeronautical Federation에 의해 가장 정확한 항공 기록을 측정할 수 있는 시간 측정기를 만들어 냈다고 기록된다. 린드버그는 이러한 경험으로 항공 항해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하고 론진에 제작을 의뢰했다. 항해시 달, 별의 고도(각도)를 측정해서 현재 위치를 구하는 기계인 육분의sextant와 같은 기능으로 경도를 측정할 수 있는 린드버그 아워 앵글 시계 Lindbergh's Hour Angel Watch는 이렇게 탄생했다.(본문 193쪽 中)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은 기계식 시계를 너무나도 가지고 싶다는 거였다.

물론 몇천만 원에서 몇 억까지 호가하는 시계를 갖는다는 건 사치품으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후대에 대대로 물려줄 수 있으면서 옛날식 전통을 고집하는 아날로그 형태의 기계식 시계가 욕심이 났고, 그 욕심이 소유욕으로 발전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기계식 시계를 내 손목에 한 번씩 차보고, 느껴보면서 그 소유욕을 상쇄시길 수 있었고, 눈으로나마 명품 시계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대 이상으로 알찬 시간을 보낸 듯 하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시계는 시간만 잘 맞으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있다면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이 책 『시계이야기』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

아마도 책 두어 장을 넘기는 순간 시계가 주는 매력속으로 풍덩 빠지게 될 테니까......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문학·책, 시계이야기, 브레게, 파텍필립, 정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