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일본에서 태어나 1997년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신 박재삼 선생님을 다시 한 번 추모하며 이 시의 리뷰를 시작한다(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할 걸 그랬다).

 

 그의 시는 좋았다. 특히 「홍시를 보며」라는 시는 쉽고 상징적이었다.

 

 "감나무에 감꽃이 지고 나더니

 아프게도 그 자리에 열매가 맺네.

 열매는 한창 쑥쑥 자라고

 그것이 처음에는 눈이 부신

 반짝이는 광택 속

 선연한 푸른 빛에서

 조금씩 변하더니 어느새

 붉은 홍시로까지 오게 되었더니라.

 

 가만히 보면

 한 자리에 매달린 채

 자기 모습만을

 불과 일 년이지만 하늘 속에

 열심히 비추는 것을 보고, 글쎄,

 말 못하는 식물이 저런데

 똑똑한 체 잘도 떠들면서

 도대체 우리는 어디다가

 자기 모습을 남기는가 생각해 보니

 허무라는 심연밖에 없더니라.

 아, 가을!"

 첫 연은 감나무에서 감꽃이 나오고 그것이 감 열매가 되어 붉은 홍시가 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그렸다. 이 부분은 푸른 색에서 붉은 색으로 넘어오는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홍시를 보며」의 묘사는 내가 시에서 본 묘사 중 뛰어난 묘사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시의 정수는 바로 2연의 내용이다. 제목이 그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홍시를 보며.......

 시인은(화자는) 홍시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한탄한다. 한 자리에 계속 매달려 자기 모습을 남기는 데 최선을 다하는 홍시, 그러나 똑똑한 체 하면서 정작 자신의 모습을 남기는 곳이 없는, 바로 나. 이 생각을 하니 허무한 생각만 들고 "아, 가을!"을 외치며 한탄한다. 분위기는 고뇌의 흔적이 묻어있어서 인상적이고 깊은 깨달음을 주는 시이다. 간만에 좋은 시를 봐서 기분이 좋았다.

홍시를보며, 박재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