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 비행청소년, 새엄마, 날라리. 이들은 모두 '새'이다. 이들을 잘 살펴보면(새엄마도) 모두 정상적으로 살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어딘가가 결핍되어 있으며 뭔가를 상실하였다. 그래서 우린 '새'를 마냥 좋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성북동의 어느 판자촌, 두 부부는 비록 가난했지만 사이좋고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비둘기 한 마리가 지붕에 둥지를 틀고 거기에 살았다. 부부는 비둘기를 발견하고 비둘기와 함께 새끼를 보살폈다. 부부는 비둘기의 이름을 '성북동 비둘기'라 지었고 비둘기와 두 부부는 한 가족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북동에 불도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부 기관 사람들은 이 지역을 개발한다면서, 앞으로 더 좋은 시설과 집을 제공하겠다고 말하고 불도저로, 두 부부가 20년 가까이 살아왔던 집을, 그리고 비둘기와 1년 동안 함께 지냈던 집을 하루아침에 부숴버렸다. 그들은 이제 집이 없었다. 비둘기도 마찬가지였다. 비둘기는 다른 곳에 둥지를 틀려고 아파트를 찾아갔지만 아파트는 너무나 네모나서 둥지를 지을 곳도 없었고 겨우 지어놓았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한 때는 평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상실의 상징이 되어버린 그 이름,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의 시는 이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북동 비둘기는 집을 잃어버렸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문명의 개발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자연의 생물들은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결국 이것은 인간을 위한 일이 아니냐.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인간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인간을 위한 일이 인간을 상실케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시에서 성북동 비둘기는 '새'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 개발로 인해 쫓겨난 사람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들이 한때 가졌던 삶의 터전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이 변화되었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집값과 개발의 문제로, 아직까지도 머리통 터지는 까닭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성북동 비둘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성북동비둘기, 개발, 김광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