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6발의 총을 맞고 살해된 여대생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여론은 들끓었고, 경찰은 우왕좌왕했다. 이 와중에 피해자의 부모는 한 여자를 지목한다. 윤영자. 조카의 장모이다. 윤영자는 사위와 딸의 관계를 의심해 미행을 붙였다. 도가 지나쳐 접근금지신청까지 받았다. 하지만 윤영자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돈을 주고 미행을 시킨 조카와 그 친구는 사건 직후 외국으로 도피생활을 하다 잡혀온다. 조카는 윤영자의 사주를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일은 쉽게 풀리는 듯 했다. 사위와 사촌동생사이를 의심해 미행시키고, 살인을 사주한 희대의 마녀 윤영자. 하지만 이 진술은 번복된다. 미행지시는 받았으나 살인은 사주하지 않았고, 우발적이었다고 조카는 말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영자의 변호사는 계속 항소를 하며, 논리적으로 윤영자가 살해지시를 하지 않았다 주장했으나, 묵살당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남편은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오랜 감옥살이로 병이 든 윤영자에게 또 한번 시련이 찾아온다. 병으로 인한 형집행정지에 태클을 걸어온 것이다. 특집 프로그램에서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편집으로 또 한번 윤영자를 마녀사냥의 재물로 삼는다. 멀쩡한데 병 핑계를 대고 형집행정지로 풀려나면서 병원 특실에 머물고 있다. 돈만 많으면 다냐. 채 피지못한 젊은이의 생을 빼앗고도 반성은 커녕 호화롭게 지낸다며. 그즈음 고발장이 접수된다. 윤영자의 주치의가 남편에서 금품을 제공받고 진단서를 허위작성하였다는 것. 걷잡을 수 없이 사태는 급물살을 탄다. 뜨겁게 달아오른 여론은 좀처럼 식혀지지 않고, 그 화살은 운영자의 남편과 주치의에게 쏟아진다. 보이는 진실을 보지 않는 검찰은 여젼히 그들에게 죄를 묻는다.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 행동이 좋고 나쁜 결과를 결정한다. …… 만약 바깥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실들 모두를 대중의 눈앞에 보여준다면, 합리적인 사람들은 모두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헛된 희망이다. 인간의 두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프레임이다. 한번 자리 잡은 프레임은 웬만해서는 내쫓기 힘들다"고 말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선샤인 논술사전. 2007.12.17. 인물과 사상사)

누명을 쓰고 오랜기간 복역을 한 수감자가 있다. 몇 십년만에 누명이 벗겨져 일반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그를 살인자로 기억한다. 정정기사가 나왔어도 소용없다. 그것이 프레임이다. 수많은 매체들이 너도나도 자극적인 기사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람을 범인으로 만든다.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한 사람의 용의자에 불과한 사람을 멋대로 범인으로 만들고, 그에게 벌을 주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다. 윤영자는 살해지시를 한 적이 없었고, 즉 범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론은 그녀를 범인으로 만들었다. 검찰은 소신을 지키지 않고 여론을 따랐다. 범인 스스로가 밝혔던 진실은 묵살당했고, 여론의 거짓문장만이 진실이 되어 재판장에 떠다녔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고 지목된 한 사람을 괴롭히며 정의를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정의는 자신들 뜻대로 움직이는 것 뿐.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법을 심판한다는 재판부조차도 프레임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했다. 이것이 소설 속 얘기라고만 생각되지 않는다. 어디에선가. 아니 이미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다.

책은 사건당시 신문사 사건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정호윤. 정 팀장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시작부터 사건을 지켜보고 그만의 눈으로 사건을 좇는다. 윤영자의 조카와 그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진실을 확인하기도 하고, 윤영자 남편의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는 거의 유일하게 프레임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했다. 책 자체는 흥미로웠다. 재판과정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용어사용도 어렵지 않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책은 끝났지만, 여전히 그들의 싸움은 진행되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