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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에 열광하고 있다. 각종 강의와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은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그에 가세해 출판사들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대상을 다르게 한 책을 생산한다. 매년마다 유행하는 옷이나 립스틱 색상처럼 사람을 현혹시킨다. 인문학을 모른다면 유행에 뒤처지는 사람인 것처럼. 하지만 인문학은 그리 쉬운 것도 아니며 한때에 휩쓸릴 것도, 가벼운 마음으로 볼 것도 아니다.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평생을 고민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다.

인문학이 던지는 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 '내가 누군긴 누구야, 나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누구일까? 엄마, 아빠의 딸이고, 누군가의 친척이고, 누군가의 친구인 나. 막상 내가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떤 누군가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누군가의 나"는 이만큼의 세월을 살아왔어도 여전히 "누군가의 나"였다. 타인에 기대지 않고도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나로 존재하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그에 맞는 삶의 태도를 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이다.

내가 나답게 살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라고 한다. 꿈과 이상이 아닌 돈이 세상을 움직이기에 사람들은 돈을 좇는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고, 그런 사람을 배우자로 맞기를 원한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다 보니 돈이 삶의 1순위가 되어버렸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상대방이 할 수 있는 것을 서로 교환하는 공동체 생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데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했을 때는 돈이 나를 떠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는 오히려 돈이 모이는 경험을 했다는 사례도 들며 내가 원하는 것을 하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다면, 그다음의 일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책은 여러 명의 철학자가 한 강의를 글로 옮겼다. 나답게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에 대한 태도를 실생활에서 옛사람들의 일화까지 예를 들며 설명한다. 그리고 말한다. 인문학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아름답게 죽기 위한 공부라고. 그렇기에 이 우주에 단 하나뿐인 나를 사랑하며, 또 사랑해야 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내가 이 세상 멋지게 살다 죽을 수 있도록. 알차고 행복하게 살다 죽을 수 있도록. 짧은 인생이기에 타인의 시선에 안절부절하며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지 말자. 남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니 다름을 시기하거나 같아지려고 애쓰지 말고 다름을 오히려 즐거워하자. 나는 나라서 좋은 것이다.

원래부터 '나 편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으로 살고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고,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른데 똑같이 살아야 할 필요가 있나?'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딱딱했던 사고가 유연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종종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고민해봤자 항상 결론은 같았다. 타인의 시선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심도있게 인생을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내 삶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행복함을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의 말에 위안을 찾는거 보면 완전히 '나'로 사는 삶은 갈 길이 멀어보이지만, 중간 정도의 지점에는 도착해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종착역까지 헤매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나머지는 온전한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