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랍비가 전하는 인생의 아름다운 준비」, 새러 데이비드슨, 예문사(2015)

서른여덟 살에 넷째 아이를 낳았습니다. 산후조리한다고 한 달간을 방 한 칸에만 있으면서 삶과 죽음은 언제나 교차한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넷째 아이를 품고 행복해야 할 시간에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력이 쇠해지면 햇살 좋은 날 나무 아래를 걷다가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방 한 칸에 갇혀서 마지막을 보낸다는 건 참 우울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주위에서는 산후우울증이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전 출산 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죽음을 의식할 때 삶을 더 잘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 랍비가 전하는 인생의 아름다운 준비」는 여든 살의 유대인 랍비와 예순 살의 칼럼리스트가 2년간 만나 인생의 12월에 대해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입니다. 인생의 12월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회피하고 싶을 두렵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평온하고 때론 유쾌합니다.

인생의 12월을 여행하며 에너지 충만했던 때를 기억하기도 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랍비 50인 중에 한 명인 잘만 새크터 - 샬로미가 어려운 시절 가축을 도살하던 일을 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습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를 과거와 분리시키는 일인듯합니다.

장례에 관한 것은 남겨진 자의 몫으로 두면서도 유대인들이 화장하는 것을 금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화장하면 부화할 신체가 없기 때문에 유대교에서는 금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만은 화장은 죄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신체가 남아있지 않아 부활할 수 없다면 아우슈비츠에서 불타버린 유대인들과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화장을 금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자신도 제외시켜 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인생의 12월에는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12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제가 80까지 산다면 이제 40년 정도 남았습니다. 50년이라면 동그란 원이 반쪽 난 상태로 전성기를 지나 이제는 쇠락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지루하고 무료한 가을에 들어선 건 아닌지 생각되기도 하지만 곧 12월이 다가올 거란 생각을 하면 하루를 헛되이 보낼 수가 없습니다.

새러와 잘만의 「유대인 랍비가 전하는 인생의 아름다운 준비」는 12월 여행편 뒤에 준비편이 있습니다. '후회없는 삶으로 이끄는 행복한 죽음을 위한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요? 용서와 감사, 푸념과 존재 인식, 아픔을 받아들이기, 하고 싶은 일하기, 마지막 순간 연습 등 1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아직 나는 12월까지 멀었는데'라고 자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12월로 향하는 여행을 준비해야 해야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