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끌림의 인문학」, 전경일, 다빈치북스(2014)

전경일 소설가의 <조선남자>를 읽은 여운이 채 사라지기 전에 그의 인문학 책을 읽습니다. 인문학책에서도 소설에서 느껴졌던 진지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끌림의 인문학」은 '세상을 이끌 것인가? 세상에 이끌려 갈 것인가?'란 부제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세상에 이끌려 가지 않고 세상을 이끌 힘이 생길까요? 조선남자에서 느꼈던 힘없는 자의 비참함이랄까? 무기력한 느낌을 지울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끌림의 인문학」은 3부로 나누어져있는데 1부는 성찰, 2부는 관찰, 3부는 통찰입니다 . '자아를 성찰하고 사물을 관찰하고 세상을 통찰할 때 보이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책 속에 있습니다.

<5억 마리 토끼가 휩쓰는 거대한 황무지>에서 인간의 욕심으로 시작된 토끼 사육이 인간의 삶터를 파괴하자 토끼를 줄이려고 토끼 전염병까지 도입했다는 이야기에 조류독감이니 에볼라가 정치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음모설이 떠오릅니다. 토끼 전염병이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보다 토끼 수를 줄이는 데 급급했던 사람들이라면 무슨짓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오한이 느껴집니다. 과대망상증에서 벗어나서 현실을 돌아봅니다.
우리의 삶은 학교 수업종에 의해 단절되는 시간처럼 토막이 나 있는 느낌입니다. 절제할 수 없는 욕망이 가슴을 채우고 머리는 사유하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삶은 비참해졌습니다. 이런 현실을 벗어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책 속에서 찾은 답은 유목민들에게 지속가능성과 절제라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와 내가 이어져 있다는 전체성을 깨닫고 전체를 위해 순환되는 삶을 살아야 할 겁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데는 절제가 꼭 필요한 덕목일 거구요.

「이끌림의 인문학」은 일그러진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새로운 생각이 움트도록 도와줍니다. 생각이 생기면 말로 표현하기 쉬워지고 말로 표현하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끌림의 인문학」은 뜬 구름 같은 인문학이 아니라 실천서 같은 인문학이라 하는가 봅니다. 저자는 책을 읽으며 인간사에 의문을 가지길 요청합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의문에 답하는 것으로 '지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할 힘을 얻어야 합니다. 실천하는 것이 인문입니다. 실천만이 사상을 낳고 낡은 세계를 뒤엎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