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자 1, 2」, 전경일, 다빈치북스(2014)


성완종 사건이 국내 정치를 혼동으로 이끌고 있을 때, 「조선남자」를 읽었습니다. 정치와 경제의 유착은 자본주의가 대두되면서 언제나 문제를 만들어왔습니다. 조선남자가 살던 그 시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조선남자」는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의 한 남자가 국력을 키우기 위해 홀로 무구의 본을 구하기 위해 서양으로 떠납니다. 무구의 본은 총기 제작 설명서와 거푸집입니다.
조선남자가 도착한 네덜란드는 구교와 신교의 전쟁으로 휴전한 상태이며 서로 다른 종교로 남과 북으로 나눠진 상태입니다. 조선남자는 무구의 본을 구하기 위해 루벤스를 만나 성화의 모델이 됩니다. 동방 무역의 실세인 상관장이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다나 남매를 만나게 되고 운명처럼 다나와 사랑에 빠집니다. 조선남자와 그의 연인 다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책을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조선남자」는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사건을 묘사합니다. 특히 뱃놈과 누이를 구하는 장면이나 민중이 폭동을 일으키는 장면, 조선남자의 눈 앞에서 다나가 자형을 받는 장면은 책을 덮고 나서도 가슴 속에 그 장면이 남습니다.
힘없는 나라의 백성은 사람이 아니고 힘을 가진 나라에서도 힘이 없는 백성은 사람이 아닙니다. 심지어 「조선남자」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인 조선남자조차도 무능하기 그지 없어 소설을 보는 내내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소설 「조선남자」를 읽으면서 몇 가지 상념들이 떠올랐는데, 첫째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남북분단과 우리 나라의 모습이 너무도 비슷하다는 겁니다. 둘째는 성경을 읽을 때도 생각했던 문제인데 신은 누구의 편인가 하는 겁니다. 구교와 신교가 싸워대면 신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 하는 생각에, 우스개소리처럼 이기는 편이 내 편이라는 답을 이끌어냅니다.
셋째는 17세기 하나님의 사랑을 널리 알린다는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총포를 만드는 명분이 너무나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이어 오늘날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머리 속에 떠오르면서 머리 속이 다시 복잡해집니다. 명분이나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은 어디까지 무모해질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지 못 하는 것은 어쩌면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는 즉시 차이를 탄압함으로 얻어지는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네덜란드의 신교가 구교를 인정하려 들지 않듯,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은 진보세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통일진보당이 해산된 것도 어쩌면 차이가 위기를 일으킨다는 논리가 적용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조선남자」는 조선남자의 목표였던 무구의 본을 조선으로 가져가지 못 하고 끝이 납니다. 그러나 다나와 조선남자의 아이는 살아남았습니다. 다나는 자형으로 인해 평생 가난한 노파처럼 살았지만 찾지 못한 다나 아버지의 총포 공장 소유권 문서를 되찾아서 힘없는 민중의 부흥을 한번쯤은 시도하고 성공했으면 합니다. 또 조선남자가 조선에 두고갔던 아이들이 얀을 만나 조선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조선남자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이번에는 무능하지 않고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 정도는 지켜낼 힘이 있는 조선남자로요. 막상 무능하지 않은 조선남자라고 주인공을 상정해놓고 보니 역사소설로는 부적당해보이기도 합니다. 시대를 통틀어 유능하면서 행복한 조선남자가 있기는  했는지에 생각이 미치자 한숨이 납니다. 대작 「조선남자」의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