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 전집 10권 「호랑이 이빨」, 모리스 르블랑 저, 바른번역 번역, 코너스톤(2015)

뤼팽은 변장술에 대가이기도 하지만 모리스 르블랑의 초기 작품에서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성격 변화를 겪습니다. 흔히 괴도신사 뤼팽을 괴짜 도둑에, 사기꾼으로, 정직하지 못한 부자를 조롱하는 인물로 생각하지만 페레나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때는 조국을 사랑하는 전쟁영웅으로 인식됩니다.
초기 작품에서는 뤼팽이 무능력한 경찰을 조롱하고 비웃었다면 후기작으로 갈수록 조국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는 영웅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 「호랑이 이빨」에서는 자신이 목숨을 걸어가며 만든 왕국을 프랑스에 헌납합니다. 「호랑이 이빨」에는 어떤 사건이 있기에 뤼팽이 왕국을 내어놓을까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뤼팽은 페르나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에 돌아옵니다. 그리곤 2억 프랑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산의 상속자가 되어 다른 상속자가 살해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한 단서는 없고 페르나가 뤼팽이라는 사실로 페르나가 먼저 용의선상에 오릅니다. 그때 페르나는 자신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여전히 살인사건에 대한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뤼팽을 노리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집니다. 사건들 속에는 늘 뤼팽이 사랑하는 플로랑스 르바셰르가 있고 뤼팽은 그녀의 존재 때문에 사건에 집중하지 못 하는듯합니다.
뤼팽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해명하고 나섰지만, 용의자들은 감옥에서 자살하고 맙니다. 그럼에도 누가? 왜? 살인을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앞서 제시된 사건들의 조각들을 들고 뤼팽이 맞춰주기만을 바라며 소설에 집중하게 됩니다.
뤼팽은 수상한 행동을 계속하는 르바셰르를 지켜주려하지만 그녀는 뤼팽을 피해 도망가버립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이 뤼팽은 경찰에게 잡혀 감옥에 가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려는 도둑과 법과 정의를 실현한다는 국무총리의 거래에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과거의 훈장이 아닌 현재 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말해보라는 국무총리는 비겁해보기까지 합니다. 결국 뤼팽은 자신의 왕국을 프랑스에 주고 24시간의 자유를 얻습니다.
뤼팽은 24시간만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뤼팽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제껏 읽은 뤼팽 전집 중에 어떤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저는 「호랑이 이빨」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할 겁니다. 「813」보다 두꺼운 책인데도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뤼팽이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이야기와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선택하는 장면은 뤼팽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랑이 이빨」 이후 뤼팽은 어떤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