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를 읽었다. 베이컨을 읽게 된 계기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베이컨의 저작이 다수 언급된 것을 보고 그의 사상에 호기심을 느꼇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프랜시스 베이컨은 종래의 스콜라적 편견인 ’우상’을 배척하고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어울리는 
새로운 인식 방법을 제창, 실험에 기초한 귀납법적 연구 방법을 주장했으며, 바른 지식을 갖기 위해서는 경험과 
관찰을 중히 여기는 경험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영국의 철학자이다. (인터넷 위키백과 인용)

[학문의 진보]는 과학에 대한 새로운 분류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쓰인 저작으로 
1,2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1권에서는 학문의 가치와 위엄을 역설하며 학문에 대한 변론을 전개하고 있고,
2권에서는 당시의 학문을 분류하여 지식세계 전체를 통관한다.

철학의 哲자도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빈번히 등장하는 성경과 여러 고전의 방대한 인용을 보며 베이컨의 지적 거대함을 느낄수있었다. 
또한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경구들은 나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1권은 주로 학문의 유용성은 논한 부분이 많다. 특히 현재도 뇌리에 남아 있는 구절은 
"학문은 정신의 골격은 잡아준다는 것이다.  정신이 그 자체의 결함에 못박힌 채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과 개선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학문이라는 뜻이다.128p"이다.  
학문으로 말미암아 인간 정신의 계발과 진보를 이룰수 있음을 역설한 베이컨의 금언들은 무지로 인해 
사고의 정체를 겪는 이가 여전한 오늘날에도 유효한 구절이다.


2권의 경우는 분량도 많거니와 현대와는 차이가 있는17세기 학문의 분류인 까닭에 읽어내기가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대 학문의 전체상을 폭넓게 바라보려한 베이컨의 지적 대범함에는
경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특별히 아카넷 출판사에서 나온 [학문의 진보]의 장점을 든다면 우선 번역의 질이 매우 우수하고,
많은 곳에 각주가 달려 있어 내용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책의 앞부분에는 베이컨에 관련된 사진이 수록된 점과, 2권에는 베이컨의 학문 분류도가 그려져
있는 것이 일품이다.

사실 처음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학문의 진보/베이컨 에세이](합본)을 구입했지만 번역이 엉망이라
아카넷 출판사의 [학문의 진보](정가25000원)를 새로이 구입해 읽었다, 비록 아카넷출판사가 훨씬 
비싸긴 하나 책의 됨됨이와 번역의 질면에서는 훨씬 우수하다. 공들인 흔적이 많이 엿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