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상황’이라는 다소 긴박하면서 자극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해외 경찰주재관들의 생생한 활약상을 다룬 책이다.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요즘 해외에서 국민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경찰주재관’의 사건 해결에 관한 사례를 묶은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해외경찰주재관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한 몫 한다.

 

‘경찰주재관’이란 경감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중 외교통상부의 주재관 공모에 선발되어 대한민국 외교 공관에서 영사로 근무하는 경찰을 이른다. 이들은 주로 재외국민 보호와 국제범죄 공조업무를 담당한다. 사실 재외 국민들과 관련된 모든 일들은 일반 행정 영사의 담당인줄 알았지만,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상당 부분을 이들이 책임진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아무래도 국민적 관심을 많이 받았고, 읽으면 ‘아! 그 사건!’이라고 회상할 수 있을 만큼의 파급력을 지닌 한지수 사건이다. 한지수 사건은 온두라스에서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린 한지수란 여성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활약하는 경찰관이 나온다. 이전의 풍부한 경험과 사람들과의 탄탄한 인맥, 재외 국민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으로 이 사건은 그녀의 무죄로 판결된다.

 

경찰주재원은 이러한 우리나라 국민의 범죄 업무 담당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찾거나, 해외에서 죽은 사람들의 사건을 수습하는 일도 맡는다. 최근에 일어난 일본 대지진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의 전반적인 안위를 위해 경찰주재원 및 영사관은 일한다.

 

이들은 해외에서 경찰주재원으로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다. 교민 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이거니와 독자적인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현지 경찰들과 친밀한 관계 유지는 필수이다. 또한 시도 때도 없는 사건은 이들이 해외 경찰주재원으로 살아가는데 고충이다.

 

하지만 뿌듯한 보람도 많다. 해외에서 어려운 상황을 겪는 피해자 가족과 국민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경찰로서의 사명을 다른 나라에서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 경찰주재관은 전 세계 25개국, 44개 공관에서 49명의 사람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비록 힘든 여건 속에서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하지만, 어려움과 좌절감보다는 해외 경찰주재관으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이 더 강하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이자 잠재적 해외체류자가 되어 이들의 도움을 받을지도 모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들의 답답함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치보다 적은 수의 나라에 최소한의 인원만이 파견되어 있고,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영사관 여건에 파견 국가의 후진된 사법 문화가 그 원인이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국가에 더 많은 인원이 파견되고,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는 날에는 현지 국가의 협조도 더욱 긴밀해지리라 본다. 그리고 그때에는 더 많은 보호와 도움 속에서 해외에서의 안위를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실제상황, 해외경찰주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