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또’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리만큼 유명했던 한 연예인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 사그라진 인기와 주변 사람들의 죽음 등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은 울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자살은 유명 연예인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마음의 제대로 읽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늘고 있다.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인 <홀가분>은 시대적 요청인 셈이다. 이 책은 마음주치의를 표방하는 저자 정혜신과 이명수가 지난 5년간 함께 나눈 고민과 생각을 담아냈다.

 

저자는 시종일관 ‘나’로 시작해서 ‘나’로 이야기를 끝맺고 있다. ‘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너’가 아닌 ‘나’를 앞세우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 우리 사회 풍토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도록 학습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가지는 다 쳐내고 줄곧 ‘나’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얼마 전 일어난 일본의 대지진 사태와 이 책을 읽어가면서 잃어버린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하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불편하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는 어떤 경우보다 자신을 우선시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읽다 보면 저자의 바람대로 오랫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책은 어렵지 않으며, 책상에 앉아 공부하듯 밑줄 그어가며 힘들게 읽을 필요도 없다. 심리 처방전이라고 해서 현학적 내용이 오가고, 어려운 심리학적 용어들이 사방팔방 난무할까 지레 겁을 먹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소박하지만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 같은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원시원하게 배치된 활자들. 그 활자 위, 아래 옆으로는 한 챕터마다 크레파스로, 연필로, 붓으로 소박하지만 강한 느낌을 주는 전용수의 그림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때로는 넓직 넓직한 페이지에 고작 10줄 남짓한 글만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빽빽한 한 페이지를 읽듯이 좀처럼 쉽사리 넘길 수 없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만큼 내공이 쌓인 책이다. 이 책은 그래서 자신의 본 모습과 때로는 쉽게 만나게도 하고, 때로는 오래도록 대면하게 해준다.

 

저자의 심리학적 처방은 거창하지 않다. 어렵지도 않다. 그녀는 말한다. 아예 대놓고 이기적이어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때로, ‘나부터’ 챙겨야 모두가 평안해진다며 꼭 필요한 순간에 자신을 보호하는 전략적 이기주의를 발동하라고 한다. 너답지 못하다는 말에는 딴지를 걸고, 자체 발광의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격려한다. 때로는 침묵이 필요하고, 마음의 허드레 공간도 지으라고 말한다. 또한 당신이 늘 옳다고 말해주는 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꼭 한 사람이 되어주고, 그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 ‘나’에 대해 금기시했던 일들을 시원스레 합법화해주는 느낌이다.

 

진정한 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은 이 책을 먼저 만나 보면 좋을듯하다. 옆에 두고서 나를 돌아보고, 나를 행복하게 해줄 좋은 처방전이다.

나를만나다, 홀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