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사랑 그 위대함을 이야기하다

 

 

언제 읽어도 기대되는 정호승의 인생 동화책이다. 그는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장르를 재창조해서 몸도 마음도 다 자라버린 공간 없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내놓는 작가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동화라는 장르의 색을 입었지만 언제나 빡빡한 어른들의 마음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주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린 아이처럼 기대어린 맑간 마음으로 책 앞에 섰다. 이번에 출간된 <울지 말고 꽃을 보라>는 예전에 출간되었던 <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스무살을 위한 사랑의 동화> 등에서 추려낸 글들로 엮여졌다. 여기에 선명한 색감이 아닌 다소 어둡지만 유화 질감이 종이 면면에서 묻어나는 박항률 화백의 그림이 덧붙여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의 주제는 ‘사랑’이다. 흔하면서도 찾아보기 힘들고, 쉬우면서도 어려운 사랑을 노래하다니. 어른 동화 작가답다. 그 안에서도 내용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바다의 심연처럼 숭고하고 헌신적인 슬픈 사랑, 핑크빛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사랑으로 비롯된 동물의 행동이나 사물의 탄생 계기에 대한 근원적 이야기 등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하면 떠오르면 가슴 설레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려내기 보다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에 더 방점이 찍힌다.

 

 

불에 까맣게 그을린 산에 가만히 죽어있는 까투리는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뜨거운 불구덩이에 내버려둔 깊은 모정을 보여주고, 다람쥐를 사랑한 고슴도치는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일부인 가시를 잘라버리기도한다. 또한 어미낙타는 죽은 상인과 함께 묻힌 자식의 무덤을 잊지 않고 찾고, 고로쇠나무는 자비와 사랑으로 사람들에게 수액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가장 슬펐던 이야기는 참문어와 풀문어의 사랑 이야기였다. 어부에게 잡혀 배고픔에 말라 죽어가도 서로의 다리를 떼어주며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헌신적 사랑.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사랑이기에 더욱 애잔하게 느껴졌던 사연이었다.

 

 

슬픈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아름답고도 위대한 사랑에 또 가슴이 뜨근해지기도 했다. 험한 폭포를 통과하지 못하는 은빛 연어는 자신이 사랑하는 금빛 연어의 사랑 고백에 자신도 모르게 폭포 위로 뛰어오르는 괴력을 발휘한다. 사랑의 위대함에 절로 웃음 지어지는 이야기였다.

 

 

이 책에는 내 이웃에 대한 사랑 이야기도 담겨있다. 내 이웃을 사랑해서 혹은 사랑하지 못해서 생긴 일들이다. 죽은 남편과 멀리 떠난 자식 내외로 우울한 이웃을 냉정하게 거절해 결국은 자살한 이야기, 자식을 죽인 친한 친구를 피해자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로 맞이하고 싶다며 검사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이야기 등이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기 어려움을 절감했던 사연들이었다.

 

 

또 저자는 현재 동물들이 나타내고 있는 행동의 근원과 함께 사물의 탄생을 재미있는 상상력을 버무려 펼쳐낸다. 물론 그 근원에는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개구리가 가끔 물속에 들어가는 이유는 올챙이 시절 사랑했던 피라미를 만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는 정호승의 재치 있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민달팽이의 등에 가로로 길게 난 밤색 자국은 자웅동체인 민달팽이가 다른 달팽이 몸속에 있는 부인을 사랑해 신의 진노를 사서 불에 타고 말았기 때문이라는 상상. 동화이지만 그럴듯한데 하며 헛헛 웃어넘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왜 사물은, 동물을 그렇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사물을 달리 보게 하는 맛을 갖게 한다.

 

 

사랑이란 단어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좋은 단어이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느낀다. 그리고 오늘은 내 자신을, 이웃을 사랑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덮고 나면 밀려오는 사랑의 감동이 오래도록 잔잔히 흐르는 책이다.

울지말고꽃을보라, 정호승, 인생동화